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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꼴유랑단 Dec 30. 2021

뉴질랜드 허니문 일기_Day 1

키아 오라, 뉴질랜드!

2020년 1월 16일_여행 첫번째 날


보통 신혼부부들은 어떤 허니문을 꿈꾸는지 생각해봤다. 에메랄드빛 바다, 청명한 하늘, 하늘하늘한 비치웨어에 힙한 선글라스, 상큼한 모히토 한잔일까? 그렇다면 확실히 나는 신혼여행에 대한 환상이 없었던 게 분명하다. 끝없이 펼쳐진 아프리카 초원을 신혼여행지로 생각했으니까. 그저 오랜만에 짝꿍과 색다른 모험을 떠날 생각에 신이 났다. 확실히 좀 이상한 커플이다, 우리는.




16시간 만에 도착한 뉴질랜드는 반짝이고 아름다웠다. 상쾌한 바람과 맑은 공기가 코끝을 간질였고 흥분지수가 한창 높아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어두운 기운이 스멀스멀 다가와 설렘 세포를 다 잡아먹었다. 우리는 한국과 꼬박 12시간이나 차이 나는 지구 반대편에 도착한 것이다. 이 눈부시고 아름다운 자연을 온몸으로 빨아드리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오, 나의 무겁고 비루한 몸뚱이를 받아줄 숙소로 갑시다. 어서요 어서! 힘들지 않은 티를 팍팍 내며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우리의 첫 숙소는 퀸스타운 와카티푸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작은 가정집 같은 곳이었다. 언덕의 위엄에 살짝 당황했지만, 높으면 높을수록 더 멋진 전망이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하니 두근두근 설렘으로 가득 찼다. 높게 멀리 봐야 아름다움이 한눈에 담긴다고 하지 않았는가! (내가 지어낸 말이다.) 호수가 가장 잘 보이는 2층 방을 안내받고 당장 몸에 남아있는 지친 짠 내들을 뉴질랜드 하수구로 방출시켰다. 얘들아, 잘 가렴! 가서 신선한 뉴질랜드 물맛 좀 느껴봐!




저녁 8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아직도 창밖은 환하기만 했다. 피곤하긴 한데 그냥 자려니 좀 아쉽다, 동네 좀 걸어볼까? 한국에선 볼 수 없는 꽃과 풀잎들의 살랑거림에 시골 소녀, 소년처럼 격하게 두리번거렸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동네를 구석구석 탐험하니 이제야 뉴질랜드에 도착했다는 게 실감 났다. 급기야 충동적으로 우버를 타고 퀸스타운 번화가까지 나가고 말았다. 마침 불금이어서 그런지 정말 많은 사람이 골목을 누비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9시 30분이 넘어가는 시간에도 환하기만 한 뉴질랜드가 신기하면서도 생경했다. 눈꺼풀은 무겁고 몸은 연체동물처럼 흐물대는데, 너무 밝으니까 좀 더 뛰어놀아야 할 것 같잖아! 하지만 가볍게 한 바퀴 돌고는 곧장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욕심부리지 말자, 오늘 첫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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