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질문, 작은 변화]
1.
얼마전 사복음서를 읽었다. 사복음서 중 마지막 책은 요한복음인데, 요한복음의 마지막 장은 예수님의 질문으로 끝난다. 부활한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세번 물으신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지 주님께서 아십니다 라는 베드로의 대답에도 똑같이 3번 물으신다. 하필 사복음서중 마지막 책, 마지막 장에 이 질문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한동안 잊고 있던 질문에 눈앞이 뿌연해졌다.
2.
서울시 3.1절 캠페인으로 '나를 잊으셨나요'라는 질문을 카피로 만들어서 위안부 피해할머니(길원옥 할머니)의 손글씨로 작업했던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나는 과거를 잊지말자는 의미에서 카피를 썼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질문은 과거에 대한 질문이 아니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대답에 내 양을 먹이라, 내양을 치라라고 화답했던 것처럼, 3.1절 캠페인에서 던진 저 질문은 앞으로(미래에)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저 카피를 직접 쓰고도 몰랐던 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3.
챗GPT로 인해 누리게 되는 것도 많지만 ‘질문의 과잉’시대에 접어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력’이 중요한 시대이다. 큰 질문은 과거를 확인하는 질문이 아닌, 작더라도 미래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질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