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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B Dec 01. 2024

롱블랙 컨퍼런스 (2):AI시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2024 롱블랙 컨퍼런스 참관기 2부

(지난 글에 이어서)

오후 세션은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발표들과 송길영 작가님의 강연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모순 속에서 발견하는 독특한 매력

스튜디오 빛나는의 박시영 디자이너는 우리가 자주 보는 영화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영화 포스터 작업 과정에서 마주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공유했다.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하려 하면, 결국 비슷한 형태의 포스터가 나온다고 한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나오고 주요 사건의 배경이 등장하는 포스터. 하지만 이런 포스터들은 결국 관객에게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박시영 디자이너는 작업 과정에서 종종 모순된 요청들을 받는다고 한다. "모던하면서 클래식한 느낌으로 해달라", "심플하지만 화려한 작업을 해달라" 같은 것들이다. 언뜻 보면 말도 안 되는 요구사항일 수 있지만, 그는 이런 모순되는 요소들 사이의 연결성만 찾을 수 있다면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AI와 함께하는 크리에이티브 작업

플러스엑스의 변사범은 현재 생성형 AI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최신의 상업 광고들을 선보였다. 이전부터 다른 채널들을 통해 플러스엑스의 작업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작업 과정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특히 어떤 방식의 프롬프트들을 사용하고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왔는지를 상세히 공유해 주어, AI를 활용해 콘텐츠 작업을 하고 있는 나에게 실무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주요한 인사이트를 정리하자면:   

프롬프트에는 효과적인 구조가 있다. 길지 않더라도 구조에 맞는 프롬프트를 사용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이 필요하다. 800개의 이미지를 생성해 그중 10개를 사용하면 많이 사용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AI 서비스가 즉시 완벽한 결과물을 내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선별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성공하는 콘텐츠의 비밀

와이낫 미디어의 김민석 대표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분이다. 국내 숏폼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무협소설로 오채지의 작품을 꼽으며, 그 이유로 '형식이 다 똑같다'는 점을 들었다.

"아주 창의적인 것은 돈과 시간과 재능이 많이 든다"

"아주 창의적인 것은 돈과 시간과 재능이 많이 든다"는 그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상업 콘텐츠의 제작 능력은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 맞춰 얼마나 경제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지, 그리고 반복적인 제작 기회를 통해 '자신만의 포맷'을 얼마나 잘 검증해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이렇게 검증된 포맷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아닐까 하는 그의 통찰은 신선했다.



호명사회의 도래

마지막 연사였던 송길영 작가는 최근 '시대예보: 호명사회'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의 강연은 두 장의 대비되는 사진으로 시작됐다. 하나는 완전 자동화된 테슬라 공장, 다른 하나는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수제로 가방을 만드는 루이비통 공방이었다.

"이제는 둘 중 하나가 될 거예요. 완전히 자동화되거나, 아니면 완전 수제작으로 하거나. 다시 말해 사라지거나, 혹은 장인이 되거나."

그렇다면 이런 사회에서 개인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작가는 '호명'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속노화'의 정희원, '백년허리'의 정선근처럼 자신만의 키워드로 불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키워드는 단순히 자신이 원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사회의 니즈와 자신의 전문성, 캐릭터가 맞아떨어져야 하며, 호명되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치며

롱블랙 컨퍼런스에서는 내가 일하는 본질과 AI로 변화된 세상에서 개인의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수 있었다. 연사들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었다. AI 시대에는 결국 본인의 주관, 방향성이 뚜렷해야 한다는 것. 즉 내가 왜 일을 하고 있고, 그 '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어떤 일을 하든 자신만의 고유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일을 추진할 때도 그 고유한 시각(혹은 철학)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루짜리 짧은 컨퍼런스였지만, 24년을 마무리해가는 이때 내년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모두가 호명될 수 있는 사회가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를 부를 수 있는 키워드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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