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다이어리 코너에서 노는 법
이맘때가 되면 문방구에는 수많은 다이어리가 쏟아져 나온다. 바야흐로 다이어리의 계절이다.
특정 다이어리를 정해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매번 무엇을 살지 고민이다.
나는 매년 2~3개의 다이어리를 동시에 쓴다.
위클리 형태의 몰스킨을 주로 사용하며 여기에 대부분의 계획과 할 일을 적는다.
그리고 일기장을 따로 사서, 일기를 적고 스크랩을 한다.
마지막으로 먼슬리만 있는 것을 따로 구매한다.
먼슬리만 있는 얇은 다이어리에 큼직큼직한 계획을 따로 정리한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할 때, 일정 관리만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먼슬리와 일기장을 고민한다. 좀 더 다양한 제품을 써보고 싶어서 시도하는 것도 있지만,
매년 다이어리의 필요한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태의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쌓인 나의 '다이어리 고르는 노하우'를 소개하고자 한다.
* 강남역 교보문고 지하의 핫트랙스에서 오프라인 구매를 기준으로 하였다.
* 온라인으로만 고르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일 년 내내 손에 쥐고 쓰고 만져야 하기 때문에 직접 만지고 들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이어리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과 ‘사용 방법’이다.
먼저 다이어리의 목적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스케줄 관리, 일기와 같은 기록, 습관 형성을 위한 데일리 체크, 스터디나 다이어트 등 특수 목적 달성과 영수증이나 영화 티켓을 스크랩하기 등이 있다.
목적에 따라 먼슬리, 위클리, 데일리를 선택하자.
예를 들어 회사에 놓고 일정 관리 및 데일리 테스트를 체크하는 목적이라면 가로 정렬 위클리 또는 먼슬리를 고르고, 데일리 페이지 대신 노트 페이지가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습관 형성이나 하루하루 테스트를 체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먼슬리 페이지에 이어 바로 데일리 페이지가 나오는 것이 좋다. 이때 데일리 페이지는 체크 박스가 있거나 그리드로 되어있어 계획의 단위를 작성하고 체크하는 것이 쉬워야 한다.
자신의 목적에 맞게 어떤 형태의 다이어리가 좋을지 고민이 끝났으면, 가격대를 생각한다.
크게 오천 원에서 팔천 원 사이, 만원에서 만 오천 원 사이, 이만 원 이상의 제품군이 있다.
나의 경우 이만 원이 넘는 몰스킨을 메인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추가로 구매하는 제품은 만원이 넘지 않는 것으로 구매한다.
만약 오천 원에서 팔천 원 사이의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면 12월 전에 문방구로 가는 것이 좋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빅세일 기간이다.
만약 이 시기를 지나 정가를 주고 구매해야 한다면 크기가 조금 작거나, 종이의 질이 조금 떨어지거나 또는 만년형(날짜를 기입해야 하는)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만년형의 경우 날짜를 기입하는 것이 귀찮지만 그러한 수고만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대에도 꽤나 우수한 종이의 질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있다.
양지사와 아트박스 입점 브랜드다.
양지사의 다이어리는 디자인 연령대가 높고 클래식하지만 종이의 질은 꽤나 우수하다.
또한 아트박스의 경우 디자인 타깃 연령이 좀 낮은 단점이 있는 반면에 일 년 내내 사용하기에 문제없다.
만원에서 만 오천 원 사이의 다이어리는 매우 많다. 고르는 게 어려울 정도다.
대형 서점 내 문구점, 홍대 상상마당, 무인양품 문구코너나 제로퍼제로, 올라이트, 서커스 보이 밴드, 오롤리데이와 같은 디자인 문구 브랜드를 방문해보자. 특히 디자인 문구 브랜드의 제품들은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고, 다이어리뿐 아니라 노트나 메모지 등을 추가로 구매할 때 조화롭다.
2만 원 이상의 플래너는 대표적으로 몰스킨, 오룸, 프랭클린 플래너, 미도리, 데이크라프트 등이 있다.
모두 먼슬리, 위클리, 데일리가 있는 좋은 제품이지만 각 브랜드마다 종이의 성질이 다르고, 무게나 용법이 다르기에 이런 제품을 구매할 때는 직접 만지고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은 자신의 필기 스타일과, 자주 쓰는 볼펜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글씨를 쓰는 속도가 빠르다면 종이가 거칠 거리는 것보다는 매끈해서 펜이 걸리지 않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이런 매끈한 종이에는 마스킹 테이프가 오래 붙어있으니 스크랩 하기에도 용이하다.
글씨를 천천히 쓴다면 만졌을 때 약간 거친감이 있는 것이 펜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자주 쓰는 펜이 수성펜, 잉크펜이라면 종이의 g수가 높은 것을 사용하여 뒷면 비침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보통은 제품 스티커 또는 포장지에 80g/㎡, 100g/㎡ 등으로 적혀있다. 80g/㎡ 이상을 추천한다.
볼펜을 자주 사용한다면 종이의 그람수나, 질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만, 두꺼운 볼펜을 주로 사용한다면 다이어리의 칸이 작고 좁은 것은 피해야 한다.
이렇게 고민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정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나열하는 제품은 개인적으로 일체 관련 없다. 다양한 스타일의 다이어리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크기, 컬러, 일러스트, 내지 디자인, 포켓과 커버의 유무, 제본 형태 등을 고른다.
이때 내가 자주 들고 다니는 가방을 들고 가서, 들어가는지 체크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포스트잇이나 메모지를 붙인다면 그것이 잘 어울릴만한지, 잠깐 이뻐 보이는 컬러는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만약 일 년 내내 쓸 자신이 없다면 단색의 단순한 디자인이나 투명 커버가 있는 디자인을 선택하자.
질릴 때마다 스티커나 사진, 엽서 등을 넣어서 변화를 줄 수 있다.
사실 마지막 과정까지 오면 선택지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방법을 추천하는 이유는 다른 수첩이나 메모지와는 달리 다이어리는 나와 일 년을 함께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고려하지 않은 제품의 디테일 때문에 이미 적은 기록을 뒤로하고 새 제품을 구매하거나, 찢어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아끼는 펜으로 처음 적은 글자가 종이에 번지는 일이 없어야 하고, 마스킹 테이프로 소중하게 붙여놓은 사진이 한 달도 되지 않아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자주 드는 가방에 내가 산 다이어리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위클리 페이지가 필요한데 데일리 페이지만 있다면
일 년을 함께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의 과정 끝에 2018년을 위해 몰스킨을 제외한 총 3권의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1) 취업용 포트폴리오 작업 계획 및 일정 관리 위한 위클리 전용 노트, 5000원 이하, 매일 들고 다닐 것 : 양지 Reminder 46
(2) 일기장, 10000원 이하, 하루에 4~5줄 정도의 간단한 일기 적을 것, 스크랩 가능할 것 , 집에 두고 다닐 것 : 무인양품 먼슬리, 위클리 다이어리
(3) 일 년 전체 계획을 세울 용도, 월간 계획 중심, 5000원 이하, 가끔 들고 다닐 것 : 델포닉스 diary 18 size monthly
* 문구의 천국인 일본이기에 마음에 드는 일본 브랜드의 다이어리에 일본의 공휴일이 적혀있을 수 있다.
12월 23일 천왕 탄생일만큼은 검은 펜으로 박박 지운다.
18년이 2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지금부터 문구점 이곳저곳을 들러 다양한 제품을 만지고, 들어보자.
분명 우리 모두는 이거다! 싶은 운명의 다이어리를 만날 수 있다. 아직 찾지 못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