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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Dec 13. 2021

6. 리모델링, 그 기울어진 운동장

오래된 아파트를 내 마음에 맞는 공간으로 고쳐서 사는 것. 


파리에서 100년 된 아파트에도 살아보고 하니 새 건물에 대한 로망은 딱히 없었다. 

그냥 그 안이 내가 살기 좋으면 된 거지. 

전 회사에서 건축 관련된 일도 잠시 발을 담그다 보니 건축과 인테리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궁극적으로 나를 닮은 집을 짓게 되는 그날이 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신혼집의 내부라도 마음에 들게 꾸며야지 하며 인테리어 관련된 레퍼런스를 또 열심히 찾아다녔다. (feat. Pinterest)


우리가 살게 될 집은 보기엔 평범한 구조의 집이고, 딱 보았을 때 여기만 고치면 한결 나아지겠다 싶은 부분들(새시, 화장실)이 있어서 올수리가 아닌 부분 수리로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리모델링의 세계 역시 또 하나의 고유한 아주 넓은 세계관이었던 것이다. 


아래는 요즘에 재밌게 보고 있는 블로그이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라고 올해 히트 친 소설이 있는데, 그것의 리모델링 버전이다. 


요즘 유행한다는 무몰딩, 무문선, 다운라이트 그리고 인쇼. 

인쇼가 뭐야 인스타 쇼핑인가 하면서 검색에 검색에 검색을 또 하니, '인테리어*'라는 유명 유튜버였다. 

그의 화려한 언변에 또 영상을 홀린 듯이 보고 '그래! 인쇼스타일로 하자!'라며 검색을 해보니 예쁜만큼 비싼 예산 밖의 견적과 이상과 현실의 갭으로 깔끔히 포기했다. 


친절한 유튜브 알고리즘 덕에 발견한 '무*연구실'은 고유의 철학을 가지고 하나하나에 이유가 있는 시공을 했다. (사소한 것에도 이유가 있는 것 좋다) 

하지만 올수리만 진행하여 고려 선상에 넣지도 않았다. 이곳은 우리가 만약 두 번째 집을 가지게 된다면 의뢰를 하고 싶을 정도이다.


하고 나니 왜 올수리를 하는지 이제는 알겠지만. 


그 당시에는 불필요한 지출을 할 수 없었기에 부분 수리로 견적을 받았는데, 견적부터 받기가 애초에 너무너무 힘들었다. 

하도 리모델링 관련해서 괴소문과 억측이 많아 믿을만한 분들께 전달받은 업체들은 이미 6월에 올해 예약(!)이 마감되었다며 회신을 주었고 (그 거절 메일도 정성스럽게 주셔서 긍정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다), 견적 문의에 회신조차 없는 곳들이 훨씬 많았다. 코로나로 집 꾸미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 리모델링 시장이 호황이라더니 과연 함께할 업체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결국 세련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인스타업체 1곳과, 이사 갈 곳 주변의 동네 인테리어업체 1곳과 미팅을 하였다. 인스타업체의 레퍼런스가 참 마음에 들었으나 미팅 시 부분 견적을 요청했음에도 전체 견적을 주고 부분은 안 한다고 하여 아쉽게도 동네 인테리어 집과 계약을 했다. 


아빠와 비슷한 연배의 사장님은 엑셀도 사용하지 못하는 어르신이었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했다. 센스가 없을 뿐이지. 부지런해서 예정된 공기보다 너무 빨리(!) 마무리를 해서 소음 공지가 무의미하게 된 것도 있지만, 코킹 마감이나 타일 마감이 완벽해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의뢰하는 입장에서 이런 아날로그 방식의 올드한 파트너는 소통하는데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앞선 글들에서 보았겠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리스트업해서 정량적으로 의사 결정하는데, 이분은 본인의 경험에 따라 퉁치는 게 있어서 우리가 별도 요청을 했음에도 누락된 것이 있었고, 요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추가된 것이 더러 있었다. 

우리도 리모델링이 처음인지라 뭘 모르는지도 몰라서 체크 못하다가 완성되고 나서 확인한 것들도 있고.. 이런 것들의 소통 비용이 2배의 견적이었나 보다 싶기도 하다. 

어느 리모델링이나 비슷하겠지만, 우여곡절 끝에 완성이 되었고 완성된 결과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올수리 대비 1/3 가격으로 만족스럽게 고친 것 같다. 


그리고 모자라 보이던 부분도 살다 보니 잘 안 보여서 그럭저럭 지낼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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