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vs 49
(무려 21년 12월에 제목을 적어놓고, 이제야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그 사이 식을 올린 지 1년이나 지났고, 1년간 좋은 날도 싫은 날도 있었지만 좋은 날이 더 많았다.
그리고 1년간 코로나의 풍경도 많이 달라져서 이 날을 회상하는 게 더더욱 옛날 같다.)
2021년 10월의 수도권은 거리두기 4단계였다.
식장을 알아볼 봄에는 '가을에는 나아질 것이다.'라고 긍정적으로 보았으나 결국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렸고 야외식장임에도 49명의 인원 제한에 걸려버렸다.
당시 결혼을 준비하던 커플들 모두 난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당 조치가 10월 3일까지여서 식 당일인 10월 10일의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던 상황.
완화돼도 걱정, 유지돼도 걱정이어서 보수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참고로 10월 1일에서야 식사 제공 시 접종 완료자 50명 추가한 99명으로 완화가 되었다. Too late!)
식사 없는 결혼식 99명은 솔직히 실효성이 없다고 봤다. 부모님과 자식 모두의 잔치인 곳에 식사대접을 안 한다면 어르신들 뒷목 잡을 것이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의 고민은 부모님 손님만으로도 49명이 다 차 버린다는 것이었다.
각자가 10명씩만 초대할 수 있는 건데 현실적으로 그러기엔 너무나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식을 두 번 하기로 했다.
다행히 우리가 빌린 식장은 일요일 식이 한 번만 진행되어 추가 비용만 낸다면(^^) 연장이 가능했다.
2배의 비용은 아니긴 해서 마음 편하게 부르고 싶은 사람 부르자는 마음에서 흔쾌히 결정했다.
드레스, 촬영 모두 연장에 대해 안내드리고 승낙을 받아 연장에는 무리가 없었다. (물론 나중에 드레스 측에서 잘못 이해하고 안내해서 내가 헬퍼님께 돈을 더 드려야 했던 불상사가 있었지만)
인원 제한이 있는 결혼식이니 만큼 누가 오고 안 오는지 확실히 결정해야 한다는 게 가장 골머리를 썩였다.
각자 손님은 각자가 챙기기로 하고 접종 여부, 목록, 자리배치까지 전부 관리하는데 솔직히 기업 세미나 준비보다 힘들었다. 그리고 당일에는 당연히 수많은 변수가 있었지 ^^
게다가, 지난 10년간 비 안 오기로 유명했던 10월 10일이 하필 2021년 에는 비를 내리기로 결심해서 강수량이 70%인 거다. 전주와 다음 주 모두 맑은데 딱 그날만 비가 온다 했다.
정말 믿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내가 하늘을 어찌할 수도 없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투명천막이라는 옵션(추가금 50만원^^) 이 있어서 울며겨자먹기로 투명 천막도 추가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폭풍우가 불었다. 천막 설치했길 정말 다행이지 뭐야.
오전의 식에는 햇살이 가득해서 더울 정도였고, 오후에는 비가 한바탕 쏟아내려 '어바웃 타임'같다며 하객분들이 더욱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 빨간 드레스도 입을 걸 그랬다.
식을 말 그대로 2번 올리니 친구들만 있던 오후 식에서는 하나도 긴장도 안되고 나 역시 즐기는 모드가 되어서 더욱 재미있게 보낸 것 같다. 오전엔 부모님 손님들 위주여서 딸로서의 결혼이었다면 오후는 진짜 내가 주인공이었달까?
마지막으로 그날의 사진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