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뒷 Book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 Dec 21. 2021

섬북동이 선정한 올해의 책은요....

2021 섬북동 랜선 송년회 

위드 코로나를 표방하며 살짝 풀어진 거리두기 시즌에 우리는 송년회 날짜를 잡았다. 호기롭게 2021년 12월 18일. 이날 모여서 수다도 떨고, 올해의 책도 정하고, 내년 발제 스케줄을 짜기로 했다. 코로나 시대에는 일주일 앞도 예상하지 못한다는 걸 까먹고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두 번 정도의 오프라인 모임을 끝으로 코로나 정국은 또다시 얼어붙었고, 12월 18일에는 빼도 박도 못하게 4인 이상 모임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ZOOM으로 송년회를 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근처였으므로 드레스코드는 빨간색 초록색. 술과 비슷한 색깔의 음료를 마시며, 오프라인에서 하기로 했던 것을 전부 온라인으로 해보기로 했다.

드레스코드를 정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진심일 줄이야! 

빨간머리 딸기 저금통과 브라질 스타일의 모자와 빨간 수건까지 두른 jp, 초록색 티와 뒷배경으로 레고의 빨간 로고를 배치한 회장님, 빨간 토마토가 그려진 머그컵과 흡사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덧버선을 든 이요, 초록색 양말과 초록색 율마를 전진 배치한 영, 모자와 가디건으로 인간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출(배경 또한 산타클로스 쇼핑백)한 옥, 반짝반짝 빛나는 진짜 크리스마스 트리로 모두를 올킬한 윤, 초록과 빨강의 트리가 그려진 머그컵과 로고에 그 색깔들이 쓰인 티셔츠를 입은 우까지. 드레스코드에 진심인 자들이 모였다. ㅋㅋ


첫 순서로 올해 섬북동에서 발제한 책들 중에 올해의 책을 뽑기로 했다.

일단 우리가 2021년에 함께 읽은 책은 아래와 같다. (총 19권)

-어린이라는 세계

-유원

-명랑한 은둔자

-여행준비의 기술

-스토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가족끼리 왜이래

-공정하다는 착각

-글자풍경

-달까지 가자

-달러구트 꿈 백화점

-생각에 관한 생각

-가난의 문법

-낯술

-뭐든 다 배달합니다 

-영원한 유산

-여름의 빌라

-숲속의 자본주의자 

-다산의 철학


좋은 책이 너무 많아 책 한권만 정하기가 힘든 관계로 복수 투표를 허용한 결과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가 4표,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가 4표를 얻음으로써 공동 1위를 했다.

달까지 가자는 남성 독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 외에도 자신 포함 세 명의 친구들이 딱 이 소설에 나오는 친구들처럼 성격화되어 있어 올해의 책일뿐더러 인생책이 되었다는 의견,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 책을 읽고 토론할 당시를 돌이켜보면 주식과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이 책처럼 거액의 돈을 벌게 된다면 주변에 이야기를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건지 즐거운 상상을 하기도 했다. 일의 기쁨과 슬픔에 이어 이 책까지, 섬북동은 장류진 작가를 사랑합니다. 코로나 끝나고 언제 한번 저희 모임에 한번 오셔주시면 기쁘게 생각하겠습...쿨럭. ^^;;

그리고 올해의 첫 책이었던 어린이라는 세계 또한 고른 지지를 받았다. 이 책과 이슬아 작가의 부지런한 사랑을 연달아 읽으며 올해의 화두로 어린이가 떠올랐다는 의견도 있었고, 비혼이거나 기혼무자녀가 대다수인 우리모임에서 어린이들에 대한 새삼스런 관심을 불러일으킨 고마운 책이었다. 이 책으로 토론하는 날, 우리는 자신의 어린시절 사진을 가져와 서로 보여주고 비교하고 즐거워했다. 지금의 엄근진한 모습과는 천지차이로 깨발랄한 어린시절들이 그 사진 속에 있었다.


올해 섬북동의 가장 큰 경사라면 책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는 사실상 섬북동의 올해의 책이다. 저자들이 전원 섬북동 멤버이기 때문이다. 연초만 하더라도 우리가 책을 낸다는 계획은 1도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가을이 되기 전에 책을 가지게 되었다. 책이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엣헴.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좋은 경험이었고요.


그리고 다음 순서로 작년, 정확히는 2019년 연말모임 때 각자 쪽지에 써냈던 한 해의 목표 달성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쪽지에는 다음해에 읽을 책과 다음해에 이룰 목표를 각각 하나씩 써냈다. ZOOM 송년회에 참석하지 못한 세 사람(현, 달, 이)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의 쪽지를 펴서 달성률을 체크한 결과 100% 달성자가 세 사람이나 나왔다. 

jp는 호모데우스(유발 하라리)를 읽었고,  일러스트 포스터로 연 1천만원 매출을 달성했다. (솔직히는 2년 매출이지만^^;;)

윤은 데미안(헤르만 헤세)을 읽었고, 월간 비누를 운영하며 12개의 비누를 만들었다.

이요는 일간 이슬아 수필집(이슬아)을 읽었고, 며느라기로 작가 입봉을 하고 온에어를 했다. (솔직히는 2020년이 아니고 2021년이었지만^^;;)

이 세 사람은 회원들이 내놓은 벼룩시장 물건들을 먼저 찜하는 기회를 가져 각각 까만 배낭, 인센스스틱 세트, 머플러 등을 득템하였고, 그 외 50% 내외의 달성률을 보인 회원들도 순서대로 자신들이 원하는 선물을 가져갔다. 유일하게 0% 달성률을 보인 회원의 내년 달성률을 기대해보겠다!


이후 내년 읽을 책과 목표들을 하나씩 말하고, 검토받은 후 쪽지에 대표로 이요가 써서 수납하였으며, 이 쪽지는 1년 후 송년회 때 개봉하기로 했다. 내년에 읽을 책으로는 유발 하라리, 메리 올리버, 정여울, 조이스 캐롤 오츠 등의 작가 이름이 나왔고, 역사, 부동산, 영화 등 다양한 분야가 거론되었다. 

그리고 2022년 독서모임의 발제 순서와 책을 정했다. 2022년의 첫 책은 송길영의 '그냥 하지 마라'로 선정되었다.


비록 대면 모임을 못해 아쉬웠지만, 즐거운 ZOOM모임을 위해 드레스코드를 준비하고, 벼룩시장 물품을 골라온 회원들과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내년에는 과연 언제부터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독서모임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다만 한 가지, 코로나가 끝나지 않아도 우리의 독서모임은 계속 되리라는 것, 취향의 공동체는 점점 삶의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2021년보다 약간 더 행복한 2022년을 기대하며 섬북동 온라인 송년모임을 마쳤다. 

씨유 넥스트 이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