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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 Kim Jul 24. 2020

아들의 환갑 선물

환갑의 나이에 자전거를 배우겠다고 매일 한강으로 출근하는 엄마. 그런 엄마를 말리지도 못하는 아이들. 가족 간에 꽤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우리 속담에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누군가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야 했다. 아이들은 나이 든 엄마가 자전거를 타는 것은 절대 반대인 눈치이다. 두 번의 사고로 힘들었던 시간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두 번째 사고가 있은 후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자전거를 다시 타야겠다고 입 밖으로 꺼낸 적도 없을 뿐 아니라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산을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행복 속에서 자전거를 탔었던 기억은 흐려져만 갔다. 자전거를 보면서도 어떤 감정도 전혀 느끼지 않았다. 자전거는 내 기억에서 사라졌다.      

자전거를 향한 내 열정에 나 스스로도 놀라웠다. 화산처럼 폭발한 나의 열정은 그동안 어떻게 잠자고 있었을까? 이번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 기회를 놓쳐서도 안 되고 놓칠 수도 없었다. 자전거를 향한 내 열정이 강해질수록 아이들의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라도 생기면 묻지도 않았는데 자전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자전거가 바퀴가 작아서 빨리 가기도 어려우니 안전해. “ ”접이식이라 타다가 피곤하면 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도 있고, 해외여행에도 가기고 다니기가 참 편리해. “ 아이들의 눈이 왕방울처럼 커졌다. ”엄마! 해외까지 가려고? “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아이들의 눈엔 엄마는 철부지 아이였다. 한 번 마음먹으면 꼭 하고야 마는 엄마를 설득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판단했는지 내가 타는 자전거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브랜드와 모델, 가격을 물어보더니 급기야는 같이 타는 사람들까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아이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고 싶은 자전거는 이미 예약해 놓은 상태. 자전거를 집으로 가지고 오기 전에 아이들의 동의를 얻고 싶었다. 


아이들과 밀당을 계속하던 어느 날. 출근하려던 아들이 ”엄마가 사고 싶은 자전거 모델을 알려줘요. “ ”내가 엄마 환갑 선물로 자전거 사 드릴게요. “ ”이젠 정말로 조심해서 타야 해요. “라고 했다. 꿈을 꾸는 듯 먹먹했다. 그 뜻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선물? 선물이라니? 자전거를? “     


아들에게 선물로 자전거를 받다니! 꿈엔들 생각했을까? 무엇을 바라고 키운 것은 아니지만 자식 키운 보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주변에서 ”아이들 참 잘 키웠어요. “라는 칭찬까지 보너스로 받았다.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친정엄마가 살아계실 적에 자식들이 한 선물을 친구 분들에게 자랑하며 행복해하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울 엄마도 지금 내 마음 같았겠구나.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던데 나도 확성기에 대고 ”아들이 자전거를 사줬어요.‘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들의 자전거 선물은 나를 백만장자 이상의 부자로 만들었다. 큰딸은 자전거 헬멧을 비롯해서 자전거 탈 때 입을 옷까지 준비해주었다. 아이들은 누구보다 든든한 나의 후원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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