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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yyumijung May 01. 2022

뉴턴의 절대공간이
아이슈타인의 상대성으로

[예술사회학] 제 6장. 모더니티와 모더니즘

세계를 창조하는 예술가, 세계를 관찰하는 인문학자, 세계를 증명하는 과학자. 그들은 세상을 돌아보고 탐색하며 19세기부터 인간의 한계와 허무함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철학자들의 매우 사변적인 정언명법[1]과 달리, 문학가들을 각자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매우 구조화된 작품을 만들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시인, 샤를 보를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2]는 시간과 대도시를 주제로 미의 개념과 범주를 확장시켰다. 보를레르는 1863년『모던한 삶의 화가』에서 처음으로 ‘모더니티(Modernity)’[3]개념을 개제했다. 그는 모던한 예술가들은 아름다움을 과거의 관습과 전통에서 발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아름다움에 대한 고대의 정전은 영원불멸한 것이 아니라고 제언했다.[4]


“이렇듯 예술가 G씨는 오고 가며, 달리며 찾는다. 그가 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묘사하는 이 사내, 왕성한 상상력을 소유하고 인간의 거대한 사막을 넘어 언제나 여행 중인 이 [고독한] 사람의 목표는 평범한 플라뇌르[산책자]가 갖는 일반적인 목적보다 분명 더 지고한 것으로, 상황의 덧없는 쾌락과는 다른 것이다 … ‘모더니티’는 예술의 절반을 구성하는 무상한 것, 덧없는 것, 우연한 것으로, 예술의 나머지 절반은 영원하고 불변하는 것이다.”[5]


보를레르는 인간 존재 자체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오고 가고 달리는 ‘산책자’와 같은 운동성을 등장시켜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서 다른 것을 보고 지각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이것이 모던한 삶의 정신이고, 따라서 모더니티는 영원불변이 아닌 양가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매 순간이 과거로 던져질 때마다 예술가는 고전적이고 영원한 것을 ‘일시적이고 덧없고 우연한’ 것에서 방면한다. 그러나 시간은 스쳐가는 새로운 것과 유행을 너무 많이 양산하기에 예술가는 ‘권태’라고 하는 거듭되는 문제에 맞닥뜨린다. 예술가는 복제품에서 유일함을 구해내기 위해 시간을 멈춰보려고 한다. 예술가는 댄디[6], 플라뇌르 그 이상이다. 예술가는 저주받고 낙담한 자를 구해보려고 하고, 무가치한 것을 금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악의 꽃’을 뽑아보려고 한 것이다.[7]


보를레르의 영향으로 시간은 모던한 예술가들의 뇌리를 사로잡게 되었다. 개개인의 삶의 구조와 통일성에 집중하며, 삶의 과정은 사건, 우연성, 가능성, 복잡성에 의해 중층 결정되는 것을 인지하고, 감각과 감응(affect), 인상과 표현에 집중하는 대신 경험의 통일성, 목적성, 완결성에는 회의적으로 보았다. 이렇듯 시간은 공간, 속도, 운동, 여행, 운송, 기계를 보완한다는 의미에서 모더니즘의 핵심이 된다. 개인은 공간을 가로질러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며 다른 세계와 더 신속히 소통하게 된다. 공간과 시간은 하나로 통일된 조화의 상태가 아니라, 서로 아나키(지도자가 없는 혼란한 상태)적으로 병치된, 다수의 세계의 만화경적 순간들로 경험된다. 뉴턴의 절대공간이 아이슈타인의 상대성으로, 자유가 자율성으로 대체되고, 입체주의자, 초현실주의자, 미래주의자, 영화 몽타주 개척자들은 경험의 분열, 파편화, 동시성, 관계성을 탐색하기 시작했다.[8]


이러한 유동감은 모던한 도시에서 감각을 활기차게 만듦과 동시에 정신을 현혹하는, 사정없이 들끓는 공간으로 경험된다. 구체제가 신임을 잃고 대규모 정당이 전통 엘리트들을 권력에서 제거함에 따라 이들 도시의 사회 변화는 깜짝 놀랄 만큼 가속화된다. 관습적 사회규범을 능멸함에 따라 권위의 상징과 제도는 훼손당하고 위법행위에 노출된다.[9] 맑스는 이렇게 표현했다. “견고한 모든 것은 대기 속에 녹아버린다(All That is Solid Melts into Air).”


그러나, 우리는 모더니티를 연대기적 의미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독일의 철학자 아도르노(Adorno, Theodor Wiesengrund)[10]에 따르면 “모더니티는 질적 범주이지, 연대적 범주가 아니다.” 모더니티는 시간의 주기라기 보다는 오히려 시간에 대한 태도이다. 그것은 합리성과 성찰성을 지향하는 경험과 비판적으로 거리를 두는 태도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모더니티가 포스트모더니즘에도 불구하고,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서, 아니 심지어 포스트모더니즘 안에서도 계속된다고 말할 수 있다.[11]


20세기의 문학 시대, 21세기에 만난 영상과 BTS 시대. 연구자로써 우리는 어떤 자세로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할까?








[1] 칸트 철학에서, 행위의 결과에 구애됨이 없이 행위 그것 자체가 선(善)이기 때문에 무조건 그 수행이 요구되는 도덕적 명령

[2] 보들레르는 상징주의의 시조격인 존재로 추앙받는다. 당대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베를렌, 말라르메, 랭보 등 동시대의 상징파 후배들은 보들레르의 시를 찬양했다. 오늘날 그는 시대를 풍미하던 낭만주의에서 탈피하여 상징적 언어로 인간의 심리와 이성을 파헤친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3] 사회구조의 집단 변형이라는 기획이 초래한 급변하는 시대의 동시대적인 경험

[4] 오스틴 해링턴, 정우진 역, <예술과 사회 이론>, 이학사, 2014, p.221

[5] 샤를 보를레르, <모던한 삶의 화가>, 피가로, 1863

[6] 우아한 복장과 세련된 몸가짐으로 대중에 대한 정신적 우월감을 은연중에 과시하는 태도

[7] 오스틴 해링턴, 정우진 역, <예술과 사회 이론>, 이학사, 2014, p.222

[8] 오스틴 해링턴, 정우진 역, <예술과 사회 이론>, 이학사, 2014, p.224

[9] 오스틴 해링턴, 정우진 역, <예술과 사회 이론>, 이학사, 2014, p.225

[10] 철학, 사회학, 미학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연구 활동을 한 독일의 사상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대표자로 활약하며, 비판 이론, '부정적 변증법'을 전개하고, 사회, 문화, 과학 연구의 인간 소외 및 물상화 등을 예리하게 비판하였다.

[11] 오스틴 해링턴, 정우진 역, <예술과 사회 이론>, 이학사, 2014,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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