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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스 Sep 21. 2023

내키는 대로 써 보기 - 2

내가 가지고 있는 각종 강박들


 지난 주였나, 트레이너 선생님이 대화 중에 “혹시 강박이 있는 건 아닌지“ 하고 물었는데 선뜻 말하기가 어려웠다. 케이크 한 판을 다 먹어치우는 폭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중이었는데... 뭐 그거 하나 강박이 있는 정도가 아니고 열댓 개는 가진 것 같아서. 내키는 대로 대충 내가 가진 강박을 좀 적어보려고 한다.


 일단은 손에 땀이 많이 나는 편이라 손을 미친듯이 씻어댄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지나가려고 노력하지만 어떻게든 화장실에 들러서 손을 씻고는 한다. 손 세정제도 가져다님. 코로나 이전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발 씻는 것도 마찬가지... 양말 안 신는 계절 너무나도 괴로워...


 내 물건 한정 땀난 손으로 만졌다거나 밖에 다녀오면 알콜스왑 신세를 무조건 져야한다. 남의 물건엔 웬만하면 손 안 대려고 한다. 그냥 남이랑 닿는 것도 정말 안 좋아함. 결벽증은 아닙니다. 왜냐면 내 책상 정말 엉망이니까...


 카 오디오 볼륨은 늘 5의 배수에 맞춘다. 보통 15, 사람이 타면 5 혹은 10 정도로 한다. 7까지도 그럭저럭 허용은 되지만 웬만하면 10이든 15든 맞추려고 한다.


 프린트에 오탈자 나오면 그건 다시 뽑아야 한다. 내 사전에 수정테이프는 안 돼... 누가 나한테 이런 프린트 주면 약간 화가 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안 받아서 괜찮음. 내가 쓴 글도 다시 읽고 또 고치고 염병하기를 반복이라 웬만하면 다시 읽지 않고 넘기려고 한다.


 식욕이 지나쳐 식탐에 가깝기에 이에 대한 강박도 있었다. 술 마시고 안주 마신 날은 무조건 토했다. 이것이 폭토(...)였다는 건 안 지 얼마 안 됐다. 먹는 걸 좀 참았다 싶으면 폭식하는 날이 또 온다. 그래서 웬만하면 먹는 걸 잘 안 참으려고 한다.


 자기 전 루틴 때문에 한동안 정말 괴로웠다. 한달여간 합숙할 일이 있었는데 숙소 들어오면 홈웨어 입고, 자기 전에 꼭 샤워하고, 잠옷으로 다시 꼭 갈아입고... 술이 얼마나 개취했든 무조건 했다. 물론 지금도 안 씻으면 침실 출입 불가...


 아, 휴대폰 알림 배지를 절대 못 참는다. 빨간 딱지 다 지워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누구한테 답 안 하고 버티기 진짜 못 한다. 푸시 정리 안 하고 있다가 요즘 엄청 꺼버렸다. 카톡 안읽씹 불가... 며칠 전에 겨우 단톡방 3개 정리했다. 정리가 잘 안 됨...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왜냐면 내 마음이 맘대로 안 되고, 일도 내 마음대로 안 되고, 안 되는 게 투성이라서...


 선생님이 내게 완벽주의냐고 묻기에 “아닌 것 같다” 했는데 그냥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하고 싶어하는 정도 아닐까... 했는데 이게 완벽주의라고 한 것 같네.


 나만 이러고 사나? 싶어서 종종 책을 사서 읽고 아니네 아니다, 안심할 때도 잦다. 4년째 다니는 신경정신과에서는 그냥 “7할 정도만 해라“ ”해파리처럼 사세요” 하는데 그게 됐으면 아마 전 약을 안 먹었겠죠...


강박을 해결하는 방법을 아시는 분은 댓글 꼭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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