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피도테일’ 대표
[1부] 고민 없이 가던 길에 강한 의심이 들 때
- 발레: 어머니의 바람 따라 높아지는 기대
- 디자인: 직접 찾아간 새로운 세계
- 창업: 꿈 쪽으로 향한 발걸음
[2부] 일단 해 보고 싶은 일에 전념한다
- 퇴사하지 않고 만든 첫 제품
- 사업가이자 디자이너라는 정체성
- 어차피 파도는 친다, 슬퍼 말고 개선하자
· 피도테일 인스타그램 @fidotail.official
· 피도테일 홈페이지 fidotail.kr
[2부]
직장생활과 창업을 병행한다는 사실을 회사에서 알고 있었어?
정말 선정될 줄 몰라서 지원 사실을 말씀드리진 않았는데, 선정되고서는 깜짝 놀라서 말씀드렸어. “이런 지원사업에 선정이 되어 창업하려는데 직장생활과 병행할 수 없을 것 같으니 그만두고 싶다”라고. 그랬더니 대표님이 그만두면 안 된다고 잡으시면서, 겸업 상관없으니 병행하라고 하셨어. 그때는 나도 지금만큼 내 사업에 그렇게 진지한 마음이 없던 때라 일단은 그렇게 하기로 했어.
언제부터 진지해졌어?
시작할 때는 그냥 반려동물 시장이 너무 재밌게 느껴졌고, 그때만 해도 지금만큼 반려동물 제품이 다양하지 않았던 때였어. 특히, 예쁜 게 없었어. ‘예쁜 걸 쓰고 싶은데, 없네? 그러면 내가 원하는 식기를 만들어 보자. 한번 테스트해 보자.’고 생각하고 시작한 거야. 그런데 되네? 그럼 더 해 보자, 이렇게 이어오다 보니 지금까지 왔는데, 처음 마음에 비해 시간이 갈수록 진지해졌어.
첫 제품은 무엇이었어?
‘커브 오브제 식기’. 반려동물이 눈치 보거나 주변을 경계하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가림막을 결합한 식기야. 우리 하미(반려견)가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고 허겁지겁 먹어서 그런 기능을 갖춘 식기가 필요했어. 그러면서도 반드시 예쁜 디자인이어야 했어. 나는 집 안에 예뻐 보이지 않는 물건이 있으면 계속 마음이 불편해서 치우고 싶어지거든.
반려동물의 식기는 늘 한 자리에 두어야 할, 꼭 필요한 물건이잖아. 그런데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갖춘 제품이 기존 시장에는 없더라고.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어.
피도테일 제품은 어느 곳에 두어도 조화롭고 아름다운 오브제가 될 만큼 심플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습니다. 첫 제품인 ‘커브 오브제 식기’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22>에서 수상했어요. 반려동물이 가장 편안히 식사할 수 있도록 각도, 높이 조절, 소재, 무게감 등 기능성을 중심에 두고 피도테일의 디자인 철학을 담았습니다.
첫 제품 반응이 좋았어?
처음 판매량은 솔직히 많지 않았어. 기대만큼 폭발적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팔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어. 또 피도테일이라는 브랜드가 생겼잖아. 브랜드가 생기니 그걸 보고 반려동물 편집숍 같은 곳에서 입점 제안 연락이 많이 왔어. 제품이 하나밖에 없는 브랜드인데도 연락해 주시는 걸 보고 이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그래도 나쁘지 않았나 보다 했어.
거기에 기대를 걸고 조금 더 이어 나가 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소비자 피드백에는 ‘예쁘다’는 의견과 ‘가격대가 좀 있어서 못 사겠다’는 의견이 함께 있었어. 그럼에도 판매 결과가 몹시 나쁜 수준은 아니라서 긍정적인 반응에 기대를 더 걸어보고 또다시 그냥 한번 두 번째 제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어.
그다음에도 ‘한번 해 보자’였네.
맞아.(웃음) 두 번째 해 보고! 해 봤는데 아니면 그냥 회사에 계속 다니면 된다!
여전히 회사에 다니는 상태였구나. 지원사업 총기간이 얼마나 됐어?
지원사업은 21년도에 선정되어서 1년 동안 첫 제품을 만들었어. 그다음 해에 지원사업 종료 후 두 번째 제품을 만들었어.
두 번째 제품은 뭐야?
창틀에 걸어 쓰는 캣타워인 ‘캣 웨이브 창틀 선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고양이가 정말 좋아할 만한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줄 수 있을지 고민해서 만든 제품이야.
그다음 제품으로 무얼 만들지 어떻게 결정해?
니즈, 즉 구체적인 필요성과 수요가 명확한 제품을 만들려고 해. 이미 잘 나와 있는 용품을 단순히 더 예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 그래서 기획 초기 단계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긴 하지만 우리 브랜드 철학을 잃지 않으려 해.
반려동물 보호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하고, 기존 용품이 있더라도 개선하고 싶은 점이 많이 보이면 기획을 시작해. 두 번째 제품인 ‘캣 웨이브 창틀 선반’도 집에 큰 캣타워를 둘 수 없는 1인 가구 보호자와 반려묘를 위한 제품이 많지 않아서 구상하게 됐어.
1년에 한두 개 신제품만 출시한다고 들었어. 그래서 그 정도 시간이 걸렸구나. 기획에 어느 정도 시간이 들어?
반년 걸릴 때도 있어. 보통 2~3개월 걸리지만, 개발 단계에서 구현이 어렵다거나 하는 이유로 넘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그런 시간을 통틀어서 1년이 걸리는 것 같아. 반려동물의 습성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만들려고 해.
오랜 시간을 들이는 만큼 출시되는 제품마다 모두 완성도가 높다고 느꼈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일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 있어?
정말로 쓰일지 많이 테스트해.
구매한 뒤에 잘 쓸지? 아니면 구매 자체?
구매보다는 사용. 보호자와 반려동물 모두 고려하고, 기능과 디자인 등 모든 측면에 적용해. 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두고 웹 환경을 계속 개선하는 UIUX 디자이너로 일해와서 실물인 제품도 그렇게 만들어. 피도테일을 함께 운영하는 제품디자이너가 있는데 그분도 마찬가지야. 단순히 예쁘다고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돼. 디자인에는 항상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단순히 예쁜 걸 만들진 않아.
민희가 시각디자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개인적인 취향이 확고해서 미적인 요소를 더 중요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크게 오해했네.
단순히 예쁜 걸 만들면 아티스트야. 나와 그분(제품디자이너)의 스타일은 딱 이거야. “우린 아티스트가 되면 안 돼. 디자이너에게는 이걸 만든 이유가 있어야 해.” 디자인이라는 말 자체가 설계한다는 뜻인 만큼 탄탄한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해. 디자이너들은 그걸 훈련받은 사람들이야. 왜냐하면 고객이 있잖아. 왜 그 색을 선택했느냐고 누군가 물어보면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비즈니스랑 가까운 관계에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마케팅과도 가까워.
훌륭한 디자인으로 손꼽히는 애플 제품도 그 안에서 수많은 철학과 전략을 바탕으로 만들어지잖아. 겉과 안이 모두 예쁠 뿐만 아니라 UIUX도 굉장히 쉽고. 좋은 고객 경험은 설명하지 않아도 느끼게 하는 거지. 기술과 기능이 뒷받침되어야 고객이 비로소 편하다고 느끼니 디자인은 그 모든 걸 아울러. 그래서 머리가 아파.(웃음)
창업 후 어떤 난관이 있었어?
대표라는 역할을 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게 너무너무 많더라. 창업 전에는 내가 디자인도 할 줄 알고, 마케팅도 조금 알고, 브랜딩도 알고, 제품디자이너도 곁에 있으니, 난관이 없을 줄 알았어. 그런데 혼자 시작하다 보니 처음엔 세무를 몰라서 실수할 때도 많았고, 수출할 때 물건이 나가는 과정, 제안이 오면 어떻게 하는 건지 등,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걸 알았지. 제조업 분야 사업체를 운영하기 위한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다 어려웠어. 직원이 더 생기면 인사 고민도 하겠지.
다 부딪히면서 배웠어? 어디서 가르쳐주기도 해?
가르쳐주는 곳 많아. 지원 사업에서 교육해 주기도 하고. 수출에 대해서는 인터넷 강의를 듣긴 했는데 막상 실무에서 너무 모르는 게 많더라. 다행히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수출 상담을 잘 해주셔서 다 물어보면서 했어.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어? 어떨 때 찾아와?
CS(고객 응대)도 내가 하는데, 고객이 안 좋은 피드백을 줄 때 전화로 너무 안 좋은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해결해 드리지 못할 때 가장 힘들어.
그리고 소규모 기업이라 A부터 Z까지 다 직접 하니까 매 순간 할 일이 많고 신경 써야 하는 게 너무 많잖아. 해야 할 수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보이는데 그럼에도 또 신경 쓰지 못한 것도 많다는 사실에, 문득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어. 영업, 미팅, 수출, 세무, 마케팅, CS, 판매 관리, 상품 개발 등…. 심지어 일부 수제품은 생산까지 직접 우리가 하니까.
사업 초반에 직장생활과 병행했던 것도 대단하다. 퇴사는 언제 했어?
정말 가장 힘들었던 때가 둘을 병행할 때였어. 사업 수입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돈을 벌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
발레라는 예술 분야에 있을 때 스스로 ‘너는 이걸 다 해내야 해. 이거 못 하면 그 이상 안 되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한계를 두지 않고 극한까지 몰아붙였던 태도로 그 일들을 모두 붙잡고 있다가 결국 터졌어. 회사 대표님께 이제는 정말 못 하겠다고 울면서 말했어. 그게 작년 4월이야.
그럼 사업에만 전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네.
맞아.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제품 개발이 느리고 수면 위로 못 올라왔던 이유야. 작년에 퇴사하고 피도테일이 거의 지금만큼 많이 컸지.
퇴사하고 사업 수익이 월급만큼 나왔어?
한동안은 안 나왔어.
수익이 그만큼 나오기 전까지 불안한 마음이 민희를 힘들게 하진 않았어?
일단은 정신이 없어서 그냥 했어. 불안감은 안타깝게도 지금도 있고 항상 있어. 그런데 살면서 불안이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던 것 같아. 나의 원동력은 불안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
불안감이 있어서 그만두고 싶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원동력이 돼?
불안감은 내게 뭔가 하게 해. 내가 날 가만두지 않게. 불안감보다는 오히려 내가 만족할 만큼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그만두고 싶었어.
작년 퇴사가 그랬지. 사업도, 회사 일도 하면서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는데 어느 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고, 아무 성적 없이 현상 유지만 하고 있는 거야. 둘 모두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안 나와. 그런 마음이 들던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
근데 사업에는 다 파도가 치는 것 같아. 지금도 치고 있고. 파도를 타는 것 같아. 매 순간.
어떨 때 더 계속하고 싶어지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아까 말했던 것처럼 그냥 하나씩 하는 거야?
응, 그냥 하나씩 해결해 보고, 하나씩 해 보고 있어. 돈을 아주 많이 벌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하는 건 전혀 아니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 벌고 싶어서야. 월급으로 돈 벌고 싶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겠어.
피도테일 고객에게 들은 피드백 중 기분 좋게 기억에 남은 피드백이 있어?
“진짜 필요했던 건데 어떻게 이렇게 집사(반려묘의 보호자)의 마음을 잘 알아요?”라고 할 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많은 데이터를 보고 분석해. SNS 팔로우 등 계속 관심을 두고 있으니 자연스레 정보가 모이기도 해.
그리고 UIUX 일 경험이 바탕이 되는 것 같아. 그 일을 하려면 남들에게 관심이 많아야 하고, 피드백도 달게 들어야 하거든. 부정적인 피드백에 감정적으로 연연하면 안 돼. 개선할 생각을 해야지, 슬퍼할 생각을 하면 안 되잖아.
만약 누가 내 제품이 쓰레기라고 한대도 “왜 쓰레기인가요?”(빛나는 눈)라고 물어야지. "왜요?", "왜 안 좋으세요?" 난 진짜 이렇게 물어봐. "이거 왜 안 써요?"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 제품에 문제없는지, 사용감 괜찮은지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곤 해.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돼.
마지막 질문이야. 피도테일과 민희는 지금 어떤 시기를 보내고 있어?
지금은 일단 달리는 때야. 제품디자이너와 둘이 같이 전업으로 1년 동안 달려보기로 했어. 휴일에도 일할만큼 쉼이 없는 시기.
처음 같이 사업을 시작할 때는 둘 다 직장에서 월급 받으며 겸업으로 사업했는데, 작년에 그분이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비슷한 시기에 둘 다 퇴사하게 됐거든. 우리 과연 이 사업으로만 돈 벌어 먹고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러면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1년만 질주해 보자고 한 거지.
올해까지 최선을 다해 보고, 그러고 나서 내년에 다시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보려고.
응원해. 나도 내년에 다시 찾아와 볼게. 내년에 듣게 될 이야기가 벌써 궁금해. 바쁜 와중에도 시간 내줘서 정말 고마워.
덕분에 쉬었어. 네가 오지 않았다면 주말인 오늘도 작업실에 일하러 갔겠지. 제품디자이너는 이미 가 계셔.(웃음)
2024.8.
인터뷰이 : 권민희
기획·글·발행 : 유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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