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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Go Duck Oct 21. 2024

Part1. 부자란 무엇인가? (1-3)

부자 이야기


Part1-3

부자, 셀럽(celeb)이 되다



과거, 사람들에게 부자란 풍요롭고 넉넉한 존재이기도 했지만 좀스럽고 인간미가 부족한 존재이기도 했다. 반면 부자가 아닌 이들은 넉넉지도 못하고 남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구석도 없었지만 넓은 마음과 풍부한 인간미를 갖춘 존재이기도 했다. 비(非) 부자는 물질의 소유에선 부자와 비교될 수 없이 초라했지만 그들은 부자에겐 없는(부자가 가질 수도 없는) 인간미가 있었고 그들 스스로도 그런 자부심을 내심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지금만큼 부자를 부러워하지도, 선망하지도 않았다. 실제 마음속까지 그러하진 않았을지 몰라도 적어도 떳떳이 드러내놓고 부자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풍조가 많이 달라졌다. '부자'란 말이 도처에서 사용되고 선천적 특별함이 없어도 적절한 방법을 알고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생각한다. 부자가 되려는 게 딱히 흠잡을 일도 아니며 부자가 된다고 해서 인간미가 부족해진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처럼 '부'에서 모든 긍정적 요소가 생겨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자신이 이룬 부를 떳떳이 드러내는 사람도 많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지면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금전적 절망에 몰렸던 사람이 기사회생으로 살아나 큰돈을 벌게 되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자가 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얼마 전 뉴스에선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이 '건물주'라는 보도를 하기도 했는데 이는 부자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졌음을 말해주는 단적인 예이다.


부자는 이제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각종 미디어에선 '부자'란 키워드를 아낌없이 쓰고 있으며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갖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들을 끌어모은다. 매체에선 간접적인 각종 방식으로 부자를 표현한다. 출연자가 살고 있는 고가의 집이나 물건들을 넌지시 보여주기고 하고 그들이 입은 의복이며 액세서리를 슬쩍슬쩍 노출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은 주로 SNS를 통해 사람들 사이로 빠르게 전파되고 확산되어 특정 브랜드, 특정 상품에 대한 소비를 부추기며 어떤 상품들은 품귀현상을 빚어내기까지 한다.

놀라운 건 고가의 집에 살며 값비싼 물건들을 사용하고 있는 인물들이 인간적이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웬만한 드라마의 주연급 배역 대부분도 '부자'로 설정되고 그들은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세련되었으며 능력 또한 출중하다. 그것뿐인가? 인간성마저도 수준급이다.

이제 부자는 더 이상 스쿠루지처럼 구두쇠도 아니며 샤일록처럼 악랄하지도 않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거절하는 것은 분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좀 부족한 사람인 것이다. 먼 과거엔 백마 탄 왕자가 모두의 선망이었지만 이제는 부자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부자는 이제 물질과 인간성을 갖춘 완벽한 존재이며, 꾸준한 스테디셀러이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셀럽이다.


"모두의 셀럽 부자, 롤스로이스를 탄 자본주의의 왕자" 


이제 부자가 되려고 하는 것도 물질을 원하는 것도 더 이상 숨겨야 할 욕망이 아니다.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고 노력의 결과이며 당연한 행동이다. 누군가에게 부자가 되라는 말은 갈잎을 먹고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라는 비꼼의 뜻이 아니라 격려이고 덕담이며 찬사이다. 이제 부자는 멀리 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처럼 친구처럼, 곁에 있는 가족처럼 친근해졌다.


부자를 대하는 풍조가 언제부터 이렇게 바뀌었을까? 직접 대놓고 말하길 꺼려했던 '부자'란 단어가 언제부터 우리들 속으로 이렇게 깊숙이 들어오게 되었을까? '부자'가 된다는 게 그렇게 먼 나라 딴 세상 일이 아니라고 느끼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

거기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2001년에 나온 한 광고 이후부터라 생각한다. 물론 광고 하나가 부자에 대한 인식을 근본부터 뒤집어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IMF를 막 탈출하고 국민소득 1만불 시대를 다시 열어 경제 전반에 호황의 바람이 불었던 배경도 있었을 것이고 그 외의 다른 많은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여러 배경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자를 대하는 풍조를 바뀌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여러 가지 배경에 못지않게 이 광고 역시 그러한 배경과 맞물려 사람들 인식의 많은 부분을 바꾸는 데에 상당한 일조를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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