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이야기
예로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은 무릇 지식과 교양을 쌓는 최고의 수단이었으며 지성의 깊이를 말해주는 증명서 이기도 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각종 현란한 미디어가 세상을 점령하고 있는 현대에도 책은 아직도 그 막강한 영향력을 잃지 않고 고고히 존재하며 많은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를 쌓기 위한 수단으로 애용하고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속담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니 책을 찾아보면 부자가 되는 많은 방법들 중 정말로 핵심적이고 필요한 방법이 무엇인지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실마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당장 컴퓨터를 켜고 검색창을 열어 '부자가 되는 방법'이 나와있는 책들을 주르륵 검색해 보았다.
곧 어마어마한 결과가 나왔다. 어마어마한 비밀이 밝혀졌다는 게 아니라 어마어마한 양의 책이 검색되었다는 것이다. 검색된 책들 모두를 일일이 세어보진 못했지만 족히 수 백권, 아니 그 이상은 충분히 되어 보였다.
부자가 되는 방법에 관한 책들이 이처럼 많은 것에도 놀랐지만 그만큼 부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또한 지대하다는 것에도 놀랐다. 하긴 부자 되는 걸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검색된 수많은 책들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책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부자가 되는 방법이 많다는 뜻일까?'
'아니면 비슷한 이야기를 서로 조금씩 다르게 하는 것일 뿐일까?'
'비슷한 얘기를 한다면 그중 공통점만 취한다면 부자가 되는 핵심적인 무언갈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답은 모르겠다. 이유는 검색된 그 많은 책들 중 내가 읽어본 것이 한 권도 없어서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의 독서량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아쉽게도 의문은 해결치 못했지만 검색된 모든 책들의 제목이 너무도 매력적이라는 것 하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부자가 되는 확실한 방법'
'ㅇㅇ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
'부자가 되려면 ㅇㅇ부터 하라'
'나는 이렇게 부자가 되었다'
'부자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
'부자의 습관을 알면 부자가 보인다'
눈에 띄는 책 몇 권의 제목들을 살짝 바꿔 적은 것이긴 하지만 그 매력이 어느 정도인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금액이나 기한을 표기한 책들은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숫자가 들어가니 단순히 호소하는 느낌을 넘어 뭔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느낌이 들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신뢰가 갔다.
'n년 안에 10억 만들기'
'100억 자산가가 되는 확실한 방법'
'나는 어떻게 ㅇㅇ억을 벌었는가?'
'평범한 사람이 ㅇㅇ억을 모으는 법'
'n년 안에 부자 되기'
'부자계획 n년 프로젝트'
'n만원으로 부자 되기'
물론 방법도 다양했다.
투자, 저축, 장사, 사업, 다른 부자 베끼기, 부자의 습관 파악하기, 네트워크 마케팅 등등...
어림 봤을 때 자본으로 자본을 벌어들이는 방법이 가장 많아 보였고 마케팅이나 아이디어로 차별화를 주어 이른바 블루오션을 공략하는 방법을 소개한듯한 책도 보였다.
앞서 얘기한 소원과 기도 비슷한 신비주의적 방법도 있었다.
부를 끌어오기, 부자의 비밀, 재물운이 들어오게 하는 법, 풍수와 부자, 부자의 사주, 부자의 코디.... 등등등
적은 것들 외에도 팔만대장경을 무색케하는 책들이 더 있었지만 분량이 너무 많으니 이쯤 하도록 하겠다.
자 그럼 이제 검색은 충분히 했으니 부자가 되기 위해 차분히 책을 읽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앞서 말했듯 책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저 많은 책들을 하나하나 읽었다간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기도 전에 늙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소원빌기보단 훨씬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건 틀림없다. 수많은 책들 중 마음에 드는 책 한 두 권쯤을 골라 읽으며 그중 내게 맞는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면서 현실에 적용해 나간다면 어느 정도 성과도 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또 모른다. 나와 꼭 맞는 보석 같은 책을 찾아내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될지도.
진지하게 말해 여러 가지 책들을 읽다 보면 그중 좋은 책도 발견하게 될 것이고 경제나 돈에 대한 지식과 지혜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 하더라도 부자가 되는데 플러스가 되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시간을 들이지 않고 해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책 속에 길이 있는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자면 책 속엔 분명 길도 있고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공들인 만큼의 결과를 가져올진 미지수지만 적어도 소원이나 기도처럼 비현실적이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독서는 좋은 것이니 손해 보는 일은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