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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Mar 31. 2019

사랑초처럼 나도 준비운동중이다.

그래야 그럭저럭 살 수 있다.

"삼월하고 발음하면 입안에서 우주가 울리는 것 같아."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은 지금 뭔 소리를 하느냐는듯 얼굴 세포가 경직됨을 느꼈다.

'나만 느끼는 걸까?' 라며 혼잣말을 했던 몇 년 전 기억이 왜 지금 날까?


우리나라만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도 없다.

거기에 계절을 발음해보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중 봄은 "봄"하고 발음하면 입안에서의 울림이 온 장기들을 들깨워 놓기 충분하다.

또 1월, 2월, 3월, 4월...12월까지 발음해보면 유독 3월인  "삼"하면 "봄"하는 발음에서 느끼는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울림이 있는 대표적인 단어중 으뜸은 "엄마"일 것이다.

"엄"하는 소리를 내는 순간, 내 몸안의 모든 세포들이 일제히 일어나 거수경례를 붙일 것만 같다. 그래서 엄숙한 단어다.

엄마, 봄, 삼월의 삼과 같은 단어들은 결이 같다.


작년 늦가을에 집안으로 들였던 사랑초가 겨우내 자손번식에 열을 올려 꽤 실해졌다.

실내에 들어앉아서도 두 동거인(귀농주동자와 나)의 정서적 안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느라 최선을 다해 하얀꽃을 피웠다.

이제  서리 걱정 없는 4월이 되면 다시 밖으로 내보낼 예정이다.

(작년에 다시  옮겨심은 사랑초)

재작년에도 밖의 커다란 바위 옆 가마솥에 사랑초를 심었었다.

귀농하고 출세한 거다.

내가 좋아하는 가마솥에 꽃도 심어키워보고 말이다.

그런데 사랑초 잎이 자기도 꽃이라며 드세게 구는통에 얼굴에 핏기없고 여린 흰꽃은 내내 기를 펼 수가 없었다.


겨울이 다가오자 걱정이 되었다.

밖에 춥고 긴 겨울을 잘 날 수 있을까?

그런데 지인의 집마당에서 사랑초가 겨울을 나는 걸 보고 그대로 밖에 두기로 했다.

산골의 온도가 낮은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일이 안되려고 강행했다.


결과는 두 말하면 입 아프다.

죄다 죽고 한 뿌리도 건지지 못했다.

작년에 다시 사랑초를 사서 야외 가마솥에 심었다가 겨울에 닥치기 전에 일일이 캐서 집안으로 들였는데 그 사랑초가 많이 풍성해졌다.

지금 사랑초는 준비운동중이다.

햇살이 따사로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섣불리 밖으로 나갔다가는 4월에도 눈이 펑펑 쏟아지는 이곳 산골날씨에 살아남지 못할 게 뻔하다.

그래서 들떠있는 그의 마음을 주저앉히는중이다.

"3월 밖은 위험하니 준비운동을 하다가 4월 중순에 나가자꾸나."라고 ...

사랑초만 준비운동이 필요할까?

김애란 작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앓았다"고 했듯이 사람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그래야 어떤 계절엔 화상을 입지 않고, 어떤 계절엔  동상 걸리지 않는다.

사람도 준비기간이 있어야  색깔을 달리한 고통들이 내게 아는체를 해도 경기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마음에도 살얼음이 끼지 않을 수 있다.

제니퍼 애커먼이 쓴 <새들의 천재성>이라는 책에 보면 어린 새는 100만번, 혹은 200만번 음절을 연습해 본 뒤에야 스승처럼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우리네 삶도 새들처럼 힘겨운 준비운동이 있어야 별일 없이 살 수 있다.

인디언 체로키족은 3월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이라고 했다.

그 3월의 끝날이다.

노란 꽃차 한 잔에 마음을 맑혀본다.

당신은 4월을 맞이할 준비운동을 하고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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