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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 Mar 29. 2022

일상에서 발견하는 엄마 2

피부과 제모 시술

엄마가 나를 낳아주기를 원최 모가 많게 낳아준 터라 나는 서울을 올라오고 난 뒤로는 계속해서 피부과에서 레이저 제모 시술을 받고 있다. 그냥 밀고 다니면 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무섭게 자라나는 모들과 거뭇거뭇한 수염 자국이 여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어엿 3-4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모를 약 1달에 1번씩 꾸준히 받고 있다. 사실 꾸준히라고 하기에는 무더운 여름날에는 가지 않은 적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게으른 나의 모습을 숨길 수는 없을 것 같다. 뒤늦게 30대에 들어 서고 난 뒤로는 왠지 모르게 나이에 대한 무서움, 경각심-더 나이 들면 이제는 정말 연애를 못할지도 모르고, 나는 찐으로 아저씨가 될 거야-이 들면서 꾸준히 다니고 있다.


우스개 소리로 난 주변의 친한 지인들에게 강남에 피부과를 가는 날은 엄마를 만나러 가는 날이라고 한다. 어느 누구는 엄마의 죽음을 희화화한다고 하여 비난할 수도 있지만 사실 레이저 제모 시술을 받아보지 않는 사람들은 그 고통과 아픔을 모른다. 


내가 다니고 있는 피부과의 경우 마취크림을 먼저 바른 뒤 제모 시술을 진행하는데 정말 눈물이 고일 정도로 심각하게 아프다. 더군다나 남자들의 경우 효과를 보려면 강한 수준으로 레이저를 받아야 하며, 나의 경우 모가 많고 굵은 편이라 강하게 해야 한다고 하더라. 정말 정말 너무너무 엄청 엄청 아프다.


정말 심각하게 아프기에 난 저승으로 간 엄마가 보인다는 소리로 친구들에게 말한다. 시술을 받아본 누군가는 돌아가신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가 보인다고 할 정도의 소리가 나올 정도면 고통이 극에 달한다는 것이다. 예뻐지려면 이 정도 고통은 감수해야지라고 하는데 받는다고 예뻐지는 얼굴도 아니거니와 실제로 고통 때문에 제모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기에 난 피부과를 갈 때마다 엄마를 만나러 간다는 기쁨과 고통의 그 중간 사이의 감정을 느끼며 방문한다. 앞서 말했듯이 우스개 소리로 이야기하지만 난 정말로 레이저 빔을 내 얼굴에 쏠 때, 극한의 고통을 느낄 때 엄마를 생각한다. 엄마가 삶을 살면서 겪었던 아픔, 돌아가시기 전의 고통을 생각하면 내가 겪는 이 정도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기에 이를 악물고 버틴다.


끝낸 후에 고여있는 눈물 역시도 레이저의 고통인지, 엄마가 겪었을 어마어마한 정도의 아픔인지, '엄마! 나 잘 견뎠어요!'라는 스스로의 격려 또는 엄마를 빌린 위로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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