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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 Apr 02. 2022

일상에서 발견하는 엄마 3

남동생

나는 6살 터울인 남동생이 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친구들과 놀 때 난 늘 형제, 자매가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특히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남동생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그렇게나 친근하게 보였다. 친근하게 보였다기보다는 함께 놀 사람이 있다는 게 어린 내게는 아주 큰 메리트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렇게 조른 끝에 6년이 지나고 남동생이 태어났다. 훗날 알고 보니 엄마는 유산을 1번 한 적이 있었고 이 아이에 대해서 마음속 한편으로 미안함, 그리움 그리고 죄책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태어난 동생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맞벌이 부부인 이유로 나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고 육아의 큰 일조를 나름대로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은 내가 어린 시절부터 가정불화가 굉장히 심했고 엄마는 아빠로 인해 괴로운 나날들을 보냈다. 특히 동생을 가졌을 때 받았던 스트레스와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생각들의 연속이었고 그 결과 엄마는 동생을 극진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아주 짙었다. 


늘 엄마가 하던 소리가 있었는데 '넌 큰아들이니까 동생을 잘 돌봐줘야 한다.' 너무 싹수없게도 그럴 때마다 난 '자기 인생이니까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라고 훈수를 뒀다. 내 말도 맞지만 엄마의 말은 부모가 없을 때의 일들을 염두에 두고 남긴 깊은 말이었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


늘 동생의 앞일을 걱정하던-특히 직장, 취업 관련해서-엄마는 동생의 졸업 그리고 취업을 하여 첫 월급 타는 것을 보지 못하고 가버렸다. 그런 동생이 어제 첫 월급을 타고 회식을 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어엿한 사회초년생. 그리고는 오늘 아빠에게 용돈을 보내드렸다. 50만 원을 보내드리는 것을 내가 50만 원을 더 보태줄 테니 100만 원 보내드리고 나의 얘기는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렇게 동생은 아버지에게 100만 원을 보냈다. 스멀스멀, 울컥울컥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눈물이 차올라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잘 커줘서 자기 분야를 찾아 일을 하여 번 월급. 너무 잘 컸고, 대견하고, 고맙다. 이 모습을 엄마가 보았더라면 많은 눈물을 분명 흘렸을 것이다.


사랑하는 엄마. 큰 아들로서 동생이 3년 동안 대학 다니면서 내가 잘 보살폈고 지금의 나는 건강이 안 좋아져서 쉬고 있는 중이야. 그리고 그렇게 걱정하던 동생은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했어. 나도 동생도 엄마의 말처럼 엄청 엄청 잘하고 있어. 엄마에게 받았던 사랑으로 지혜롭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도와주는 양옆의 사람들을 챙기며 함께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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