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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 Aug 06. 2022

일상에서 발견하는 엄마 7

이모들

오늘은 이모들과 함께 엄마 납골당에 갔다. 당연한 예고처럼 납골당은 눈물바다로 넘실되었다. 늘 납골당에 가면 그 입구가 라인이 있는데 그 선만 지나치면 누가 버튼을 누른 것 처럼 가슴속의 댐이 개방되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온다.


엄마가 돌아가시게 되고 나서야 이모들과 왕래를 하게 되었고 그제서야 알았다. 엄마의 모든 말투와 행동은 이모들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또는 집안 내력이라는 것을. 이모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엄마가 이야기하는 것 같고, 이모들을 보고 있으면 엄마와 생긴 게 너무 똑같아서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뒷자석에서 이모들끼리 웃고, 떠드는 농담을 운전하면서 듣고있으면 계속해서 피식거리게 된다.


엄마는 이 집안의 막내였다. 얼마나 귀여웠을까. 얼마나 언니와 오빠들을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흉내내고, 배우고, 따라하고 싶었을까. 그런 막내가 어느 순간 어떤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한 집안의 엄마가 되어 기둥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이전에는 눈에 넣어도 귀여울 막내였을텐데.


그래서 이모들을 만나면 엄마가 보여서 기분이 이상하다.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 엄마가 돌아가셨지만 말투와 행동이 이모들에게서 엄마가 그대로 나와서 잊어버리지 않는 느낌이다.


자매끼리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 사이에 우리 엄마도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지금 이 식사자리에 삼촌들과 함께 있었다면 엄마도 누군가의 여동생으로 농담하며 사랑받았을텐데. 오늘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아들이 살갑지 못해서 미안해. 애살이 있었다면 내가 먼저 나서서 이모, 삼촌들 만나러 가자고 했을텐데 너무 나는 나밖에 몰라서, 나 살기 바쁘다고, 이기적인 못된 아들을 용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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