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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Jul 17. 2018

피드백에 관한 상상 인터뷰

찰리 킴(Charlie Kim)과 레이 달리오(Ray Dalio)

이번 상상 인터뷰는 특별히 두 명과 진행했다. 세계 1위 헤지펀드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레이 달리오와 넥스트점프의 찰리 킴이다.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원칙' 저자)



넥스트점프의 찰리 킴


브릿지워터는 극단적인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으로 유명한 곳이다. 예를 들어 회사 내 모든 회의를 녹화해서 직원들에게 공개하며, 직급과 상관없이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의무로 되어있다. 레이 달리오 개인적으로 자신의 삶과 회사 경영에 적용하는 200여 가지 원칙들을 정리해서 인터넷에 공개했는데, 2017년 가을 아예 <원칙>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나왔다. 


넥스트점프는 기업용 B2B 이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로, 직원의 발전을 위해 투자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찰리 킴은 ‘조직 문화를 바꿔서 세상을 바꾼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찰리 킴의 아버지는 슈퍼 옥수수 연구로 유명한 김순권 박사이고, 찰리도 아버지를 따라 유년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보냈다고 한다. 


Q: 한국의 조직들은 아직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기 어색해합니다. 솔직한 피드백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레이 : 탁월함에는 진실(truth)이 필요합니다. 흔히들 사람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하지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람들에게 솔직하고 정확한 평가를 들려주어야 합니다. 여기엔 시간이 들고, 서로의 의견이 오고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스탯이 적혀있는 야구 카드가 있다고 해봅시다. 여기엔 타율이나 홈런, 에러, 승패 기록 등이 적혀있을 것입니다. 조직에서도 이러한 카드를 관리해야 합니다. 카드를 보면 이 사람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가 보이고 어떤 포지션이 적합한지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자기 약점을 돌아보길 꺼려합니다. 하지만 잘 돌아가고 있는 일보다 문제에 시간을 더 써야 하는 것처럼, 사람들과도 약점을 논의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이러한 피드백은 상시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인사 평가는 주기적이더라도 피드백은 최대한 자주 오고 갈수록 좋습니다. 


찰리 : 피드백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피드백 근육(feedback muscle)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피드백이란 결국 진실을 이야기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넥스트점프에는 Leadership 360, 10X, Talking Partner 같이 위, 옆, 아래로 꾸준히 피드백을 주고받는 제도들이 있습니다. 피드백 방식도 면대면으로 이야기하는 방식과 앱을 통해 익명으로 피드백하는 방식을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Q: 그런데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피드백이 위에서 아래로만 이루어집니다. 


찰리 : 솔직한 피드백을 장려할 때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심리적 안정감입니다. 특히 아래에서 위로의 피드백은 더욱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진실을 이야기하기보단 그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관계가 어색해지거나 자기 커리어에 안 좋은 영향을 줄까 봐 두려운 것이죠. 솔직한 피드백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두려움을 없애 주어야 합니다. 


레이 : 제 직원이 저한테 보낸 이메일을 하나 보여드릴게요.  

“레이, 오늘 미팅에서 당신이 보여준 모습은 D- 입니다. 미팅 준비를 전혀 안 한 것 같던데요? 그러지 않고서야 그 지경으로 정리가 안될 수가 있나요?”  

이건 아주 멋진 이메일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런 피드백이 필요했거든요. 그리고 이 직원이 제게 솔직한 생각을 전달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면 저와 그와의 관계는 지금 같지 않았을 거예요.  


Q: 너무 솔직한 피드백을 들어도 부담스럽거나 기분 나쁠 것 같은데요? 


찰리 : 진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죠. 역설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곧 솔직한 피드백을 받아들이기 위한 가장 좋은 준비입니다. 그리 유쾌하지 않더라도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습을 함으로써 피드백 근육을 키울 수 있습니다. 


피드백을 들을 때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서 칭찬을 이끌어내려 하거나 싫은 소리를 피하려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대화의 시작부터 핑계를 늘어놓는다든지, 칭찬을 유도하는 질문들을 던진다든지 말입니다. 


레이 : 많은 사람들이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볼까에 집착해서 자신이 잘 모르거나 취약한 부분을 숨기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것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배울 기회도 없고 살면서 계속 장애물처럼 안고 가게 됩니다. 좋은 결정을 내리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항상 자기 생각이 최선인지 끊임없이 되묻습니다. 자신의 약점과 잘 모르는 부분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도움을 구합니다.  


Q: 실수나 단점에 대해 피드백할 때는 무엇을 주의하면 좋을까요? 


레이 : 사람들이 무엇을 했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됩니다. 그럼 앞으로 그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해도 되는지를 알 수 있죠. 어떤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도 중요합니다. 전혀 다른 의도를 가지고 같은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행동의 패턴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작은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이런 실수를 확대 해석하면 사람을 잘못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이런 실수가 실제론 더 큰 문제 때문에 벌어진 현상일 수도 있지요. 그래서 실수를 평가할 때는 먼저 이것이 더 큰 문제에 대한 징조인지를 판단해야 하고, 같은 실수가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지를 봐야 합니다. 


“당신이 잘못 판단한 것 같아요"와 “당신은 판단력이 떨어지는군요"는 다릅니다. 후자는 여러 번 반복되는 패턴이 있어야지만 꺼낼 수 있는 말입니다. 누가 노래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한 번만 들어보면 알지만, 어떤 측면은 적어도 다섯 번에서 열 번 정도 지켜봐야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피드백은 잘한 일에 대해 칭찬하고 잘 못한 부분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즉, 칭찬과 비율을 적당한 비율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기대치에 비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더 명확하게 알게 되면서 더 적합한 책임을 맡을 수 있고 진화의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찰리 : 덧붙이자면 즉각적인 피드백이 중요합니다. 부담감 때문에 시간을 끌다 보면 피드백이 톤 다운되거나 아예 안 하게 됩니다. 킴 스캇이 이야기한 파괴적인 공감(ruinous empathy)이 되는 것이죠. 


넥스트점프에서 사용하는 피드백 앱은 피드백과 함께 4점 척도의 점수를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피드백 아마추어는 주로 칭찬과 함께 3점이나 4점을 줍니다. 피드백 프로는 개선해야 할 점과 함께 1점이나 2점을 줍니다. 듣는 사람에게 더 큰 가치를 주는 것은 후자이기 때문이죠. 


Q: 팀원이 피드백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쩌죠? 


찰리 : 넥스트점프에서는 이십여 명의 리더들이 매달 서로를 피드백합니다. 저 하나의 의견이라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오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여러 명이 비슷한 의견을 주면 거기에 수긍하게 됩니다. 다만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도와주고 있다는 신뢰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안 좋은 피드백을 준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나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면 피드백 시스템이 운영될 수 없겠죠.  


레이 : 지금 당장은 쓴소리를 듣는 것이 고통스럽겠지만 배우고 진화하는 과정임을 짚어 주시고, 진실을 받아들이면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세요. 여전히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우선 돌아가서 회고할 시간을 주고 나중에 후속 미팅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훌륭한 관계를 만드는 데는 충돌(conflicts)이 필수입니다. 서로의 가치관이 일치하는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면 우선 서로의 가치관에 공통분모가 있어야 하고,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대화 과정을 통해 서로 더 가까워지거나 멀어지죠. 작은 갈등을 억누르는 관계에서는 나중에 더 큰 문제가 터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항상 솔직한 생각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단, 면전에서 할 수 없는 말을 뒤에서 하고 돌아다니면 안 됩니다.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하도록 요구해야 하고, 그것이 가능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안 좋은 점에 대해 피드백을 해도 금세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이 :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 대해 파악하는데 보통 6개월에서 일 년 정도가 걸리고, 그 사람의 행동이 바뀌는 데에는 18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예를 들어 몸을 만들고 싶으면 우선 당신이 살이 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살을 빼고 싶은 의지가 있어야 하며, 살을 뺄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꾸준히 운동을 할 거야'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하면 살찌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망을 이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18개월 정도가 지나야 행동이 변합니다. 


다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것이 무언가를 더 배워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그 사람의 역량이나 가치관 때문인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스킬은 금세 판단할 수 있지만 역량은 좀 더 판단하기 어렵고, 가치관은 파악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스킬의 문제라면 적절한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면 됩니다. 역량의 문제라면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다른 포지션으로 바로 옮기거나 그런 자리가 없다면 내보내야 합니다. 가치관의 문제라면 바로 내보내야 합니다. 


찰리 : 말로만 피드백하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상대방이 변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넥스트점프에서는 사람들의 취약점을 백핸드(backhand)라 부릅니다. 테니스에서의 백핸드와 포핸드(forehand)의 관계처럼, 백핸드는 처음에 어색하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연습을 통해 나아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백핸드를 연습할 운동장을 제공합니다. 자기 의견만 많이 말하고 잘 경청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팅의 절반이 지날 때까지 말을 하지 않는 미션을 줍니다. 남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쑥스러워하는 사람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직원들 앞에서 이야기할 기회를 줍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사람들이 서로의 백핸드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다른 사람이 백핸드를 연습하는 것을 기꺼이 도와주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Q: 피드백과 평가/보상은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요? 


찰리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드백과 보상은 분리되어야 합니다. 피드백은 순수하게 개인의 성장을 위한 것이지 보상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평가결과를 놓고 면담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가 가실 겁니다. 첫째, 그런 상황에서 피드백을 줘봤자 듣는 사람의 관심은 그래서 보너스를 얼마 받을 수 있는지에 가있습니다. 둘째, 평가 시즌까지 와서 피드백을 주는 것은 행동을 고치기에 이미 늦었습니다. 우리는 피드백과 함께 4점 척도의 점수를 받지만 이 점수를 성과 등수(performance ranking)와 연결시키지 않습니다. 


굳이 피드백과 평가/보상 간의 연결 고리를 찾자면 평소 피드백을 꾸준히 주고받았다면 평가 결과를 들어도 놀라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모든 피드백이 평가에 연동되게 한다면 피드백을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져서 솔직한 피드백이 오고 가지 못할 겁니다.





참고자료 : 

<Principles : Life and Work>, Ray Dalio, Simon & Schuster, 

<An Everyone Culture>, Robert Kegan, Lisa Laskow Lahey,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https://www.facebook.com/raydalio/videos/437788963309451/

https://www.ted.com/talks/ray_dalio_how_to_build_a_company_where_the_best_ideas_win,

http://www.nextjump.com/course/building-a-culture-of-feedback/,

KBS 스페셜 ‘사람에 집중하라' 2016년 6월 16일 방송분

* 찰리 킴의 답변들은 <An Everyone Culture>에서 소개된 Nextjump에 대한 내용과 Nextjump Leadership Academy에서 소개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대부분 찰리 킴이 직접 이야기한 것이 아니지만 그의 생각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고 보았다. 찰리 킴 본인의 이야기는 KBS 스페셜 ‘사람에 집중하라'를 보면 들을 수 있는데, 보고 나면 나머지 출처들도 대부분 그의 생각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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