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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사 May 07. 2024

남편이 탐정이 되었습니다.

자칭 셜록, 탐정학과에 입학하다. 

때는 바야흐로 코로나. 뉴스에서는 식당 매출이 반토막이 나서 죽어난다고 난리였다.

 

"뭐어? 세상에, 반이라고?? 휴우..."


물론 식당 사장님들도 정말 힘드셨겠지만, 내가 놀란 것은 매출이 반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매출은 갑자기 제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지 않으니 통역이 있을 리가 없었다. 

왜 통번역 에이전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도 빠지는 건가. 에이 참 서러워서. 


나는 한영통역사. 그리고 남편은 통번역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를 하고 있어 우리는 이 시대 진정한 n잡러다. 하지만 그건 또 천천히 얘기하기로 하자. 지금은 남편이 탐정이 된 이야기를 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남편이 어쩌다가 탐정이 언제 되었냐고? 그것은 순전히 나의 뛰어난 식견? 덕이다. 


얼마가 걸릴지 모르는 깜깜한 코로나라는 터널 속에 던져져서 거의 반 백수가 된 우리는 시간이 과하게 남았다. 그동안 아픈 고양이 두 마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결혼한 지 7년 만에 임신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료하고 심심하던 어느 날, 나는 인스타를 스크롤링하다가 우연히 광고를 보게 되었다. 


"셜록홈즈를 꿈꾼다면, 서울 디지털 대학교 탐정전공"


셜록홈즐? 순간 그가 머릿속에 번개처럼 떠올랐다. 한 때 오랫동안 잠수 탄 친구들을 기가 막히게 찾아준다고 자칭 셜록이 닉네임이셨던 그. 다시 태어난다면 형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바로 그.

바로 우리 남편이다. 나는 그에게 정말 농담으로 그 링크를 전달했다.

나: "이거 봐봐 남편 ㅋㅋㅋㅋㅋ 탐정 학과가 개설되었대. 딱 오빨 위한 학과 아님?"
남편: "내가 지금 이걸 어떻게 해..."

나: "에이~ 그냥 보내봤어. 재밌잖아!"

저렇게 새침하게 말해 놓고는 나 몰래 입학한 것은 실화일까. 심지어 돈도 벌면서 주말마다 굉장히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까지 하고, 지금은 집을 떠나 어엿한 탐정 사무소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다. 

피덩이 같은 딸과 곰 같은 마누라를 두고 집에 두고, 혼자서 사기꾼도 잡고 25년 전 실종된 사람을 찾고 있는 이 현실이 진짜 실화일까. 정말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론, 아주 편안하고 순탄한 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남편이 이렇게 신나게 일하는 모습 나 너무 오랜만에 본다. 그리고 사실 조금 시커먼 마음이 있다. 


재밌는 이야기 소재가 너무 많다는 것! 정말 홀 뉴 월드가 펼쳐진다. 나 이러다가 나 시나리오 한 편 쓰겠는데? 


자, 이 브런치 글들이 모이고 모여 무언가 대단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며, 오늘의 프롤로그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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