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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살라무 알레이쿰

by 오스만


개 한 마리가 골목에 있다.


웅크린 개와 내 눈이 마주친다. 개는 움직일 낌새가 없다. 길을 새로 찾든, 개를 지나야 한다. 개에게 묻는다.


"네게 볼 일 없으니 지나갈게"

개는 답을 하지 않는다. 그 웅크림에 흐트러짐이 없다.


리비아 내전이 있었다. 트리폴리가 시민군에게 함락되기 두 달 전. 옥상과 통하는 계단에서 옆 집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앗살라무 알레이쿰"

남자가 웃으며 손을 크게 흔들었다.

"와 알레이쿰 무쌀람"


시시각각, 내전은 트리폴리로 옮겨 붙었다. 미수라타, 알콤즈에서 전투가 벌어질 무렵. 옥상 계단에서 그 남자를 또 보았다.


"앗살라무 알레이쿰"

남자가 나를 힐끗 쳐다본다. 그리고 이내 무표정하게 사라졌다.


개는 답을 주지 않지만, 사람은 답을 한다. 인사에 대한 무응답에도 나름 의미가 있다.


옛 사막에는 주유소도, 편의점도 부재했다. 그 길에서 사람들은 또 마주친다. 호의가 있을 수도, 적의가 있을 수도 있다. 그 상대에게 내 안전을 꼭 확인해야 한다. 이는 쌍방이 같은 입장이다.


"앗살라무 알레이쿰"

(하나님 평안이 당신에게/ 당신에게 볼 일이 없어요)

"와 알레이쿰 무쌀람"

(당신께도 하나님 평안이/ 나 역시 당신에게 볼 일이 없거든요)


그날, 트리폴리 옆집 남자는 내 시선을 피했다. 얼마 후 트리폴리가 시민군 손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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