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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만 Jun 14. 2024

멜랑꼴리 핫 나이트


한날은 횡단보도 앞에

두커니 서 있었다


도로에 차도 보이지 않는

새벽 시간이었지만,

신호등 붉은 등은 푸른색으로

금세 바뀌지 않았다


세상 일 내 마음으로 되는 일이

어디 있느냐고 몇 차례

날 달래고 나서야 겨우

길을 건널 수 있었다


아버지에게서도 

또, 세상 누구로부터도

전해 듣지 못한 낯 선 것 중에

운동장 이야기가 있다


나이 먹은 남자에게 텅 빈

운동장이 하나쯤 생긴다는 거다


사람 모두 떠나

낯 선  운동장 가득

쓸쓸한 바람소리만 웅성일 때

 이유 없이 그곳에 서 있는다


날은 훌쩍 저물고 불빛 하나 없는

운동장 한쪽에서 다른 한편으로

잡다한 생각들만 펄럭펄럭

폭설처럼 흩날리는 시간


손에 들려진 싸리비 하나 들고

느린 발자국 여기저기다 찍어가며

운동장 가득 쌓이는 하얀

밤을 쓸어 내어야 했다


좀처럼

생각은 그칠 줄 모르고,

쌓이는 한숨 여기저기 모으보면

아침은 이미 오지 않을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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