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이야기

사무엘상 17장 45절

by 리오라

그날 밤, 엘라 골짜기에는 환한 달빛이 쏟아지고 있었어요. 고요한 들판 한가운데, 작은 광장이 열렸고, 그곳에는 다섯 개의 반짝이는 돌멩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죠. 온 동네 돌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축제처럼 시끌벅적했어요.


“자, 자! 오늘은 이스라엘이 블레셋을 이긴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우리 마을의 다섯 돌멩이 친구들도 그 큰 싸움에 참여했대요!” 동네 어른 돌이 힘차게 외치자, 모두가 함성과 박수로 환영했어요. “특히 골리앗을 쓰러뜨린 영웅 돌멩이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모두가 숨을 죽이며 고개를 쳐들었어요. 그러자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작고 단단해 보이는 돌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답니다.

“그날 아침이었어요. 저희는 개울가에서 조잘조잘 놀며 전쟁 구경을 하고 있었어요. 이스라엘과 블레셋 군대가 무려 40일 동안 서로 으르렁거렸지요. 그러던 어느 날, 블레셋의 가드 사람 골리앗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와, 세상에! 그렇게 큰 사람은 처음 봤어요. 키는 하늘만큼 높고, 몸은 놋으로 만든 갑옷과 투구로 덮여 있더라고요.”


옆에 있던 매끄러운 돌멩이도 신이 나서 끼어들었어요.

“그 사람 키는 거의 3미터이고, 갑옷 무게만 해도 57킬로그램이나 됐대요! 창은 또 얼마나 크던지! 골리앗은 거대한 목소리로 이스라엘 군대를 조롱했어요. 싸워보겠냐며 거만하게 으르렁댔지요. 이스라엘 군인들은 너무 무서워서 벌벌 떨었고요.”

또 다른 돌멩이가 말을 이어갔어요.

“사울 왕은 골리앗을 무찌르면 큰 상을 준다고 약속했어요. 돈도 주고, 왕의 딸과 결혼까지 시켜주겠다고요. 또 가족 세금까지 면제해 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다들 겁을 먹어 아무도 나서지 못했죠.”


그러던 그때, 작은 돌멩이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어요.

“그때였어요. 어디선가 한 소년이 씩씩거리며 나타났어요. 그는 용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골리앗에 대해 묻기 시작했어요. 큰형이 구박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또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어요. 마치 무언가 결심한 것처럼요.”


조용히 듣고 있던 돌멩이 하나가 톡 튀어나오듯 말했어요.

“그 소년이 사울 왕에게 불려 갔어요. 그리고는 당당하게 골리앗과 싸우겠다고 했지요! 모두가 깜짝 놀랐어요. 사울 왕도 처음엔 말렸지만, 소년은 양을 돌볼 때 사자와 곰을 이긴 이야기를 하면서 힘주어 말했어요. ‘하나님이 도와주신다면 골리앗도 물리칠 수 있습니다!’라고요. 아주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더라고요.”

돌멩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서로를 바라봤어요.

“사울 왕도 너무 급했는지 결국은 허락했어요. 자기 투구랑 갑옷은 물론, 칼까지 주었지만, 소년은 너무 무겁다며 다 벗어버렸죠. 그리고 우리 다섯 돌을 골라서 조심스레 조그만 주머니에 쏙 넣었어요. 우리가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정말이지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진 것 같았어요!”


순간 광장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졌고, 밤하늘의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았어요.

“소년은 지팡이 하나와 물매만 들고 골리앗 앞으로 걸어갔어요. 우리 주머니 안에서는 모두가 덜덜 떨었죠. 그런데 소년은 아주 당당했어요. 골리앗이 소년을 비웃으며 신들의 이름으로 저주했지만, 소년은 크게 외쳤어요.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주변에 있던 돌멩이들은 그 질문에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았어요.


“‘너는 칼과 창으로 나오지만,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함부로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나왔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크고 분명했는지 지금도 제 귀에 쟁쟁하게 울리는 것 같아요! 물론 그 거인은 칼도 창도 없는 그 소년을 비웃었죠. 누가 그런 어처구니없는 싸움을 상상이나 했겠어요? 하지만 그 소년은 ‘전쟁은 칼과 창에 달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것이다!’라며 더욱더 큰 소리로 외쳤죠.


그리고 그 거인이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바로 그 순간, 그 소년은 놀라운 속도로 그 거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어요!”

모두가 감탄하며 숨을 죽였어요.


“그리고, 드디어 그 순간! 소년은 주머니 속에서 저를 꺼냈어요!” 골리앗을 쓰러뜨린 돌멩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소년은 나를 물매에 끼워 돌리기 시작했어요. 휘이잉!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돌더니, 번개처럼 골리앗의 이마를 향해 날렸지요! 신기하게도 좁은 주머니 속에서는 그렇게나 무서웠는데,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그 순간에는 온몸에 힘이 솟았어요!”

다른 돌멩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들썩였어요.


“쿵!” 작은 돌이 크게 소리쳤어요. “그 거인이 그대로 쓰러졌어요! 땅이 울릴 정도였어요! 그 후에는 여러분도 모두 아시다시피… 결국엔 머리가 댕강!”

이 말이 끝나자, 모두가 깡충깡충 뛰며 박수를 쳤어요. 그 순간 달빛이 더 환하게 비치며 광장을 감쌌지요.

조용히 듣고 있던 가장 어린 돌멩이가 수줍게 물었어요.

“근데… 어떻게 작은 돌이 그렇게 큰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걸까요?”

그러자 골리앗을 맞춘 돌멩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자랑스럽게 대답했어요.

“내가 그랬잖아. 전쟁은 하나님께 속한 거라고. 하나님은 칼이나 창보다 훨씬 강하신 분이야. 작은 나를 통해서도 가장 큰 적을 무찌를 수 있게 하셨지!”


달빛 아래, 모든 돌멩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어요. 그날 밤, 엘라 골짜기에는 믿음과 용기에 관한 이야기가 오래도록 울려 퍼졌답니다.

[사무엘상 17장 45절]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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