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 이야기

사무엘상 7장 2절

by 리오라

“휴, 이제는 정말 쉴 수 있는 거겠지...?” 여호와의 궤가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응, 이제 괜찮아. 여기서는 오래 머물 수 있을 거야. 이 집 주인아저씨의 아들, 엘리아살이 널 잘 지켜준다고 했거든.” 아비나답의 집은 궤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죠.

“정말 고마워. 기럇여아림에 오니까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아.” 궤는 조심스레 미소 지으며 말했어요.

그러다 집이 슬쩍 물었어요. “그런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여기 오기 전엔 어디에 있었어?”

지친 궤를 배려해 조심스레 물었지만, 호기심을 감출 순 없었거든요.


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원래 나는 실로라는 곳에서 오래 있었어. 그런데 이스라엘이 블레셋과 전쟁을 벌이다가, 결국 나를 빼앗기고 말았지. 그 뒤로 여기저기 떠돌았어. 아스돗에도 있었고, 가드에도, 에그론에도... 참 힘든 시간이었어.”

“와, 정말 고생했구나. 힘들었겠다.” 집이 안쓰러운 눈으로 궤를 바라보았어요.


“처음 갔던 아스돗에서는, 블레셋 사람들이 나를 그들의 신전, 다곤 신 옆에 두었어. 그런데... 다곤 신상이 나한테 절을 하더니, 머리랑 손목이 툭 떨어져 버렸지.”

집은 상상만 해도 오싹한 듯 몸을 움찔했죠.

“게다가 하나님이 독종 재앙을 내리셔서, 블레셋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어. 결국 나를 두려워한 사람들이 날 가드로 보냈지.”


“그럼 가드에서는 괜찮았어?”

“아니. 거기서도 똑같았어. 사람들은 또다시 독종에 시달렸고, 결국 에그론으로 쫓겨갔지.”

집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어요. “에그론 사람들은 어땠어?”

“내 소문이 이미 퍼져 있었나 봐. 내가 오기도 전에 난리가 났어. 모두들 나를 두려워했지. 결국 블레셋 사람들은 7개월 만에 나를 돌려보내기로 결정했어.” 궤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레 덧붙였어요. “그때 블레셋 사람들이 하나님께 잘 보이려고 속건제를 드렸어. 금으로 만든 독종 다섯 개와 금 쥐 다섯 마리를 상자에 담아 내 옆에 두었지.”


궤의 얼굴이 잠시 슬픈 풀잎처럼 축 늘어졌다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그런데... 여기 오기 직전에 정말 슬프면서도 신기한 일이 있었어.”

집은 귀를 쫑긋 세웠어요.

“슬픈데 신기하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블레셋 사람들이 나를 싣기 위해 새 수레를 만들었어. 그리고 젖을 막 먹이는 소 두 마리를 데려왔지. 송아지들은 집으로 돌려보내고...”

“어미 소들이 많이 울었겠네...” 집도 안타까운 듯 말했어요.

“응, 아주 슬프게 울었어. 나도 그 울음소리를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할 정도야. 블레셋 사람들은 그 소들이 어디로 가는지 보고, 이 재앙이 정말 하나님께서 내리신 것인지 확인하려 했던 거야.”

“어미 소들이 당연히 새끼들한테 가려고 했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놀랍게도, 두 소는 새끼들을 뒤로 하고 망설이지도 않고 벧세메스를 향해 곧장 걸어갔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듯이...”

집은 숨을 죽이며 들었어요.

“결국 블레셋 사람들도 그걸 보고 재앙이 하나님께서 내리신 것임을 깨달았겠구나.”


“맞아. 그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돌아갔어. 벧세메스에 도착했을 때, 밀을 베고 있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너무 기뻐했지.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건 정말 고마웠지만, 나는 그곳에서 바로 다시 떠나야 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 안 좋았어. 나를 그곳까지 데리고 왔던 그 슬픈 어미 소들과 그 새 수레와 마지막 인사를 해야 했거든.” 궤는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했어요.

“아… 결국 그 새 수레를 만들었던 나무와 그 슬픈 어미 소들은 하나님께 드리는 번제물이 되었구나.”

“응, 그런데... 그곳에서 더 슬픈 일이 벌어졌어." 궤가 겨우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마을 사람들이 나를 구경거리처럼 여겼어. 호기심에 내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그런데 나는 하나님의 거룩함을 나타내는 존재잖아. 함부로 다가오거나 들여다보는 건 큰 죄가 되는 거야.”

“그래서...?” 집이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결국, 많은 사람들이 벌을 받아 죽고 말았어.”

집은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사람들도 정말 충격받았겠구나…”

“응. 그래서 더는 나를 여기에 둘 수 없다고 해서, 전령을 보내 나를 기럇여아림으로 옮기기로 한 거야.”


궤는 긴 여행과 고단했던 이야기들을 모두 털어놓고 나자, 비로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그 모든 이야기를 들은 집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이제 걱정 마. 엘리아살이 널 거룩히 지키기로 했어. 앞으로 이십 년 동안은 편히 쉴 수 있을 거야.”

“응, 언젠가는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야겠지만... 지금은 여기서 쉬어야겠어.”

궤는 조용히 미소지었어요.


그렇게 하나님의 궤가 기럇여아림에 머물게 되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숨겨두었던 이방 신들을 모두 버리고, 오직 여호와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살아가게 되었답니다.

[사무엘상 7장 2절] 궤가 기럇여아림에 들어간 날부터 이십 년 동안 오래 있은지라 이스라엘 온 족속이 여호와를 사모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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