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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mprendo Nov 16. 2024

횃불 이야기

사사기 7장 20절

기드온이 부하인 부라를 데리고 미디안 군의 진지로 올라갈 때만 해도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기드온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였고, 심지어 목소리에 기쁨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진지로 돌아오자마자 크게 소리쳤다. 


일어나라! 주님께서 미디안의 진을 너희 손에 넘겨주셨다!


그런 다음 그는 300명을 세 부대로 나누고 모두에게 한 손에 나팔과 빈 항아리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 항아리 속에는 횃불이 감춰져 있었다.   

   

“근데 왜 우린 300명만 나온 거야?” 

항아리 속에서 횃불이 소곤거렸지만, 그 소리가 금세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작게 말해. 이제 곧 중요한 작전이 시작될 거란 말이야.” 

항아리는 횃불을 나무랐지만, 그 말이 더 크게 울려 퍼지자 얼굴이 빨개졌다.


나팔도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눈빛만 주고받을 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서 우리는 왜 300명밖에 안 되는 거냐고! 저쪽엔 미디안이랑 아말렉에 동방 사람들까지 연합했다던데. 저 골짜기에 사람들이 메뚜기 떼처럼 많고, 타고 온 낙타도 바닷가 모래알처럼… 이건 불 보듯 뻔한 싸움인데. 이러면 우리가 굳이 나갈 필요 없는 거 아냐?”

횃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을 내뿜으며 말했다.


그러자 항아리가 뭔가 알고 있다는 듯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기드온이 자신 있다고 했어. 적군의 진지 끝으로 갔다가 친구들끼리 꿈 이야기하는 걸 듣고 승리를 확신했다던데?”
“무슨 꿈인데?” 

횃불이 더 발갛게 타오르며 물었다.
“보리 빵 하나가 그쪽 미디안 진으로 굴러 들어와서 천막을 쓰러뜨리는 꿈인데, 그게 기드온의 칼날이라고 한 거지. 한마디로 하나님이 미디안과 모든 군을 기드온에게 넘겼다는 꿈!”     

“그렇구나. 그래도 싸우려면 숫자는 좀 맞춰야지 않아? 많이 준비 해서 나쁠 건 없잖아.”

“아, 너 그 말 못 들었구나. 처음에는 우리 쪽도 3만2천 명이나 나왔었데. 그런데 하나님이 숫자가 많으면 자기 힘으로 이긴 줄 알고 교만해진다며, 벌벌 떠는 사람 2만 2천 명을 돌려보내게 하셨지.”

“그럼 만 명 정도는 괜찮은 거 아냐? 나머지는 다 어디 간 거야?”
“하나님이 계속 많다고 하셔서, 강가에서 남을 사람을 다시 추렸어. 손으로 물을 움켜서 핥아먹은 사람 딱 300명만 남게 하고, 무릎 꿇어 마신 사람들은 또 돌려보냈어.”

“아, 그래서 300명만 남은 거구나.” 

횃불은 그제야 이해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나님이 기드온에게 승리를 주신다고 약속하셨다니까 믿어보자고.”


그럼 정말 이 싸움에서 이기면 기드온이 한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거네?

“그렇지. 하나님은 그걸 확실히 보여주고 싶으신 것 같아.”     


미디안 군이 막 보초 교대를 끝낸 자정 무렵, 드디어 기드온과 100명의 병력이 적의 진지 바깥쪽에 도착했다. 

“저기 선발대가 도착했어. 이제 우리는 저들을 잘 보고 따라 하면 된대. 우선 내가 밖에서 잘 살펴볼 테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기다려봐.”

“알았어.”

횃불은 떨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저들이 먼저 나팔을 불면 여기서도 모든 진영 주위에서 나팔을 불면서 이렇게 외칠 거야. ‘여호와를 위하여! 기드온을 위하여!’ 그리고 오른손에 나팔을 불면서 왼손에 든 나를 부술 거야. 내가 깨지면 네가 바로 나와야 하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있어.”

항아리는 횃불에게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응, 난 준비됐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머지 두 부대도 그들을 따라 왼손에 든 항아리를 부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안에 있던 횃불들도 다 밖으로 나와 높이 들렸고, 오른손에 들린 나팔들도 목이 터지라고 외쳤다. 

여호와와 기드온을 위한 칼이다!   


밖으로 나온 횃불은 깨진 채로 바닥에 뒹굴고 있는 항아리를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곧바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제자리를 지키며 진지를 포위했다. 그러자 적군들이 너무 놀라 허둥지둥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300개의 나팔이 동시에 소리를 지르자, 적군들끼리 서로 싸움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스라엘군은 도망치는 그들을 추격해 무찔렀다.     


어두운 밤 그 모든 전쟁을 가장 자세히 그리고 정확히 지켜본 횃불은 분명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 싸움은 하나님이 이기게 하셨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이보다 더 무시무시한 적이라도
횃불 하나, 항아리 하나, 나팔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걸!     



[사사기 7장 20절] 세 대가 나팔을 불며 항아리를 부수고 왼손에 횃불을 들고 오른손에 나팔을 들어 불며 외쳐 이르되 여호와와 기드온의 칼이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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