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 2장 12절
추수의 계절이 찾아오자, 밭은 노랗게 익은 곡식들로 반짝반짝 빛났어요. 해님을 향해 고개를 든 곡식들은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췄고, 밭은 그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죠. 여름 내내 비바람에 울던 기억도, 어느새 까맣게 잊혔죠. 넓은 밭에는 일꾼들의 웃음소리와 흥겨운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일꾼들이 열심히 모아 놓은 곡식 단에서 일부러 이삭을 뜯어 바닥에 후드득 떨어뜨리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다시 일하는 거예요. 그때마다 신기하게도 한 여인이 나타나 떨어진 이삭들을 줍고 또 주워 자루에 차곡차곡 담았답니다.
“어휴, 왜 저 일꾼들은 귀한 곡식을 자꾸 바닥에 흘리는 거야?” 보다 못한 곡식단이 밭에게 물었어요.
“쉿! 다 저 여인 때문이지.” 밭은 그 여인 쪽으로 살짝 눈짓하며 마치 커다란 비밀을 알고 있다는 듯 씨익 웃었어요.
“저 여인이 누군데 그래? 며칠 전부터 눈에 띄긴 했는데, 일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자 밭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어요. “저 여인은 나오미의 며느리야. 모압에서 온 룻이라고. 남편을 잃고도 시어머니를 따라 여기까지 온 거지.”
“세상에! 시어머니를 위해 고향도 가족도 다 버린 거야?” 곡식단이 깜짝 놀라며 물었어요.
“응. 워낙 효심이 깊었대. 그리고 시어머니가 믿는 하나님을 자기도 믿겠다면서 따라왔대. 참 기특하지?”
밭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룻을 바라보았어요.
“참, 그런데 여기 주인인 보아스랑 나오미의 죽은 남편 엘리멜렉이랑 친척 사이라고 하던데, 혹시 알고 찾아온 거야?”
“아니야, 전혀 몰랐던 것 같아. 그냥 이삭을 주우려고 이 밭에 온 거야. 그런데 보아스가 일꾼들에게 저 여인이 누구냐고 물어보더니, 다른 밭으로 가지 말고 여기서 일하라고 특별히 말해줬지.”
곡식단은 깜짝 놀랐어요. “보아스의 눈에 띄다니 정말 행운이네! 베들레헴에 막 도착했는데. 지금 아니었으면 영영 못 만났을지도 몰라! 참, 일꾼들이 저 여자 근처에도 안 가던데?”
“후훗, 보아스가 저 여인을 절대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뒀거든. 게다가 물도 마음껏 마시게 해주고!”
“정말 복도 많다. 그래서 룻이 땅에 엎드려 감사 인사를 했구나.”
밭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보아스도 룻이 시어머니에게 얼마나 잘했는지 이미 소문을 들었대. 그래서 마음이 더 갔나 봐.”
“힘들어도 하나님의 보호를 받는 것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겠어?” 곡식단이 따뜻하게 말했어요.
“보아스도 룻에게 하나님께서 그 여인에게 꼭 좋은 상을 주시기를 바란다면서 따뜻하게 축복까지 해줬대.” 밭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어요.
그러다가 곡식단이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근데... 보아스가 룻한테 관심 있는 것 같지 않아?”
밭은 빙긋 웃었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떡도 같이 먹게 하고, 볶은 곡식도 실컷 먹게 했잖아. 그리고 일부러 이삭도 더 많이 떨어뜨리라고 했대.”
“아, 그랬구나! 그냥 줘도 됐을 텐데, 티 안 나게 배려해 준 거구나. 그런데 룻은 이름도 참 예쁘다. ‘사랑스럽다’는 뜻이지?”
“응, 정말 이름처럼 따뜻한 사람이야."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집이 아니라, 타작마당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아마 중요한 일이 있겠지. 곧 알게 될 거야.” 밭은 뭔가 알고 있는 듯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었어요.
시간이 흐른 뒤, 마을에는 환한 웃음소리와 신나는 음악 소리가 가득했어요. 바로, 보아스와 룻의 결혼식이 열린 거죠!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소리와 흥겨운 음악 소리에 밭은 멀리서도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지었답니다. 이미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있었다는 듯 말이죠. 그리고 또 얼마 뒤, 햇살이 포근하게 내려앉은 어느 오후, 나오미가 한 아기를 품에 안고 밭으로 나왔어요. 밭은 아기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눈을 뗄 수 없었어요. 나오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바라보더니, 조심스레 기도를 시작했어요. 밭도 귀를 쫑긋 세우고 그녀의 기도에 귀를 기울였어요.
“오벳” 나오미의 입술에서 부드럽게 흘러나온 이름이었어요.
“이 아이의 이름이 이스라엘 중에 유명하게 되기를 원합니다.”
밭도 마음속 깊이 그 기도를 따라하며, 햇살처럼 따뜻한 미소를 지었답니다.
*오벳: 다윗의 할아버지
[룻기 2장 12절] 여호와께서 네가 행한 일에 보답하시기를 원하며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의 날개 아래에 보호를 받으러 온 네게 온전한 상 주시기를 원하노라 하는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