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7장 20절
기드온이 부하 부라와 함께 미디안 군의 진지로 올라갈 때만 해도, 얼굴에 걱정이 잔뜩 묻어 있었어요. 하지만 다시 돌아온 기드온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졌고,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답니다. 그리고는 이스라엘 진지에 도착하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어요.
“일어나라! 하나님이 미디안의 진을 우리 손에 넘겨주셨다!”
그는 곧 300명의 군사를 세 부대로 나누고, 모두에게 한 손엔 나팔을, 다른 손엔 빈 항아리를 들려주었어요. 그 항아리 속에는 활활 타는 횃불이 숨어 있었지요.
“그런데 우리 왜 300명만 온 거야?” 항아리 안에 있던 횃불이 조심스럽게 속삭였지만, 그 목소리는 순식간에 사방에 퍼졌어요.
“쉿, 조용히 해! 이제 곧 아주 중요한 작전이 시작될 거란 말이야.” 항아리가 눈을 흘기며 살짝 나무랐지만, 그 말은 더 크게 울려 퍼졌고, 부끄러워진 항아리는 얼굴이 빨개졌어요.
나팔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꾹 참으며 눈빛으로만 얘기했어요.
“그래도 300명은 너무 적지 않아? 저쪽은 미디안에 아말렉이랑 동방 사람들까지 다 합쳤다잖아. 골짜기를 메뚜기 떼처럼 가득 메운 데다가, 낙타는 바닷가 모래알처럼 많다는데. 이건 안 봐도 뻔한 싸움인데... 우리가 굳이 싸우러 나갈 필요 없는 거 아냐?” 횃불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어요.
그러자 항아리가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 슬쩍 웃으며 대답했죠.
“기드온이 자신 있다고 했어. 적의 진지 끝에 몰래 갔다가, 그쪽 병사들이 꿈 얘기하는 걸 들었대. 그 얘기 듣고 나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더라고.”
“무슨 꿈이었는데?” 횃불이 더 밝게 타오르며 물었어요.
“보리 빵 하나가 미디안 진으로 떼굴떼굴 굴러가서, 천막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꿈이었대. 그걸 듣던 병사가 말하길, 그건 바로 기드온의 칼날, 즉 하나님께서 미디안과 그 모든 군대를 기드온에게 넘기셨다는 뜻이라더라고.”
“오, 그렇구나… 아무리 그래도 싸우려면 숫자는 좀 맞춰야 하는 거 아니야? 많이 준비해서 나쁠 건 없잖아.”
“아, 너 아직 그 얘기 못 들었구나. 처음에는 우리 쪽도 3만 2천 명이나 있었대. 근데 하나님이 그러셨어. 사람이 너무 많으면 자기 힘으로 이겼다고 착각할 거라고. 그래서 벌벌 떠는 사람들, 2만 2천 명을 먼저 돌려보내셨어.”
“그럼 아직 만 명 남은 거잖아? 나머지 사람들은 다 어디 갔어?”
“하나님이 그것도 많다고 하셔서, 강가에서 또 한 번 고르셨대. 물을 손으로 떠서 핥아먹은 사람들만 남기고, 무릎 꿇고 마신 사람들은 또 돌려보내셨어. 그렇게 해서 남은 게 딱 300명이래.”
“아하, 그래서 우리만 남은 거구나.” 횃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어요.
“응! 하나님이 기드온에게 승리를 주신다고 하셨으니까, 우리 그냥 믿고 가보자!”
"정말 우리가 이기면, 그건 기드온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 거네?"
“그렇지! 하나님은 그걸 분명히 보여주고 싶으신 거야.”
자정 무렵, 미디안 군이 막 보초를 바꾸는 사이, 기드온과 100명의 병력이 조용히 적의 진지 바깥에 도착했어요.
“자, 이제 선발대가 도착했대. 우리는 저들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대. 내가 먼저 살펴보고 신호 줄게. 마음 단단히 먹고 있어.” 항아리가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어요.
“알았어.” 횃불은 떨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대기했어요.
“저들이 나팔을 불면, 우리도 진영 둘레에서 나팔을 불고 이렇게 외칠 거야. ‘여호와를 위하여! 기드온을 위하여!’ 그리고 오른손엔 나팔을 들고, 왼손에 든 나를 깨뜨릴 거야. 내가 깨지면 너는 바로 나와야 하니까 준비 잘하고 있어.”
항아리는 횃불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응! 나 준비됐어.”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머지 두 부대도 일제히 항아리를 깨뜨리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항아리 안에 숨어 있던 횃불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와 하늘 높이 들렸고, 오른손에 들려 있던 나팔들도 목이 터져라 외쳤지요. “여호와와 기드온을 위한 칼이다!”
바깥으로 나온 횃불은, 산산조각 난 항아리를 내려다보며 살짝 마음이 아팠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제자리를 지키며 진을 포위했어요. 그러자 놀란 적군들이 허둥지둥 달아나기 시작했죠.
그리고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지요. 300개의 나팔이 동시에 울려 퍼지자, 적군들이 서로를 적으로 착각하고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한 거예요! 이스라엘 군은 도망치는 적들을 뒤쫓아가며 끝내 승리를 거두었답니다.
어두운 밤, 그 모든 전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횃불은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어요.
이 싸움은 하나님이 이기게 하신 것이었어요. 그리고 곰곰이 생각했지요.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면,
횃불 하나, 항아리 하나, 나팔 하나만으로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적도 이길 수 있구나!’
[사사기 7장 20절] 세 대가 나팔을 불며 항아리를 부수고 왼손에 횃불을 들고 오른손에 나팔을 들어 불며 외쳐 이르되 여호와와 기드온의 칼이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