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사건이 터졌을 때

왜 나만 속타 하는가

지난 위기상황에 이은 또 다른 위기상황 대처법을 몇 자 적어보겠다. 한숨 돌릴 틈 없이 거짓말같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가장 화가 나는 건 '밖(기자)에서 욕이란 욕은 혼자 다 먹고 있는데 안에선 대응을 너무 미온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회사야? 왜 나만 속타하는데!

홍보인은 임직원 누구보다도 외부의 목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뉴스를 통해서건 기자를 통해서건, 내부에서조차 모를 일들도 외부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홍보인의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한데, 윗선에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보고하느냐가 관건이다.

우선 기자들 사이에서 도는 수많은 찌라시 중 정말 우리에 타격이 있거나 신중히 검토해야 할 부분이란 판단이 든다면 관련 내용들을 추가적으로 더 찾아본 후에 즉각 윗선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를 할 경우, '이런 얘기가 돌더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언론 동향 브리핑의 성격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이런 얘기가 돌고 있다. 관련해서 기자들 질문은 이런 식으로 들어오고 있으니 내부적으로 빨리 파악을 해서 조처를 해야할 것 같다. 초기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00와 연관지어, 혹은 더 확대해석해서 기업 리스크는 더 커질 것이다'로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직접 스킨십해서 듣는 체감과 우리를 통해 한 단계 걸러 듣게 되는 윗선의 체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딱 해당 사안만 던져서 '알아서 해결해주세요'가 아닌, 우린 언론 홍보인이니까, 기자들이 어디에 꽂혔고 어떤 포인트로 관점이 이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동향 파악, 그리고 전문가로서 이걸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의 대책까지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우선 이렇게 정확하고 빠르게 컴 했다고 치자. 그런데 회사 케바케로 '뭐 별 일 있겠어?'라며 안일하게 응수하는 곳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좀 더 연차가 어리거나 회사에 애정이 없을 때엔, '그래, 대표가 저러는데 내가 뭐하러 끙끙대'라고 나 역시 컴만 하고 손을 털었다.

그런데 결국 똥치우는 건 내 몫이다.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들이 난무하게 되고 제대로 둑 하나 박으면 됐을 일을 안일하게 대처해서 홍수피해를 고스란히 맞게 되는 꼴이 날 수 있다.

그러니 이럴 때 적극적인 내부 컴이 굉장히 중요하다. 윗선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만약 내부에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더 이상 기사를 막을 수 없다. 우리한테 그냥 기사나 막아라 하는건 무기 없이 전쟁터 내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로 계속 푸시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액션도 중요하고 결과적으로 내가 똥을 치울 일을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