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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빈 Apr 09. 2023

[끄적]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매일 자차로 출퇴근을 한다. 어느 날 회사일로 멍때리다 빠져야 할 길을 지나쳤다. 몇 년 동안 다니던 길이라 눈 감고도 갈 수 있을 정도인데 놓쳤다고? 말이 안 될 것 같은 상황이 벌어졌지만 어쩌겠나, 네비에 의존하며 툴툴 달리는데...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동네를 맞닥뜨렸다. 생각보다 조용한 동네에 아파트 골목이었고, 난 곧바로 호갱노노를 켰다. 여기 얼마지?


부동산 뉴스레터(두부레터)를 운영 중이고 부동산 시세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야말로 뜻밖의 발견이었다. 

만약 내가 늘 가던 길만 계속 달렸다면 이런 곳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주말엔 나홀로 쇼핑을 하고 귀가하다 또 길을 잘못 들었다. 역시 네비에 의존하다 용산구 한강공원쪽으로 빠지게 됐는데 이 땐 더욱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됐다. 한강 공원과 강변북로 사이에 대나무 숲길이 쫘악 펼쳐져 있는 것이다. 강변북로를 그렇게 많이 달렸어도 단 한번도 발견하지 못한 공간. 한강 자전거 라이딩을 그렇게 많이 했음에도 역시나 발견하지 못한 공간인데, 바람에 조용히 흩날리는 대나무 숲길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만약 내가 길을 잘못 들지 않고 네비 말을 잘 들었다면 이런 곳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약 10년 이상을 뷰티, 소비재 등의 유통 쪽 홍보만 했다. 앞으로 홍보업이 사양길이라 하고 내가 여기 계속 붙어있다 해서 뭔가 큰 경쟁력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다 it쪽에서 신생산업이 뜨는 걸 발견하고 흥미를 갖게 됐다. 이거 앞으로 비전이 좀 있겠는데?


그렇게 현 분야에 뛰어들면서 나름 내 역량은 희소성을 얻게 됐다. 정통 홍보에, 신생산업에 일찍 뛰어든만큼 오랜 인사이트를 가지게 됐으니 '이 분야에서 나름 잔뼈 굵은 홍보인'으로 만들어졌다. 물론 남이 나를 그렇게 평가하지 않을지라도 나 스스로는 자부심있게 말할 수 있다. 예전 늘 하던대로의 업종만 고집했다면 남들과 같은 곳에서 흔한 사람 중 하나였을텐데, 이제는 it는 물론 스타트업, 금융도 다 커버할 수 있게 됐다. 그럴 거라고 자부한다.


난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되돌아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 하고 다른 길로 우회해서 가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숨겨진 동네도, 숨겨진 대나무 숲길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내 커리어의 2막을 열게 되기도 한다. 사실 10년이상 지났을 때 늘 하던 방식의 홍보업에 지쳤었는데, 새로운 길에 접어드니 또 다른 홍보업이 펼쳐지고 그에 따른 또 다른 내 역량을 발견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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