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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빈 Jul 14. 2023

가짜근무가 유행이라고?

개발자 얘기만이 아닐터

구독 중인 뉴스레터에서 가짜근무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https://thehustle.co/lazy-management-vs-fake-work/


파파고 돌려보니, 대략 요약하면 이렇다. 

돈 겁나 받고 입사했는데, 어찌하다보니 산업이 휘청여, 요직에서 벗어나 맡은 프로젝트마다 계속 엎어지는 상황 지속. 남들이 보기엔 좋은 직장에 좋은 월급 받지만 정작 커리어적으론 해내는 일 없이 '보여주기식 일만 하는' 가짜근무. 그러다보니 '가짜근무'에 찡하게 현타가 오는 그런 상황의 연속.


조금 결은 다르지만 이 기사를 보고 문득 든 생각을 끄적여 보겠다.


같은 직장에 있지만 부서별 개인별 업무 강도는 다르다. 과도한 야근으로 인한 육체적 스트레스가 높을수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을수도 있다. 그리고 화장실 갈 틈도 없이 게속 업무를 쳐내야 하는 업무과중이 있을수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한번 휘몰아치면 육체+정신적 스트레스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그런 경우가 있다. 나같은 경우 후자에 해당한다.


점심시간 한참 지나 3시 정도에 사무실 입성하면 대부분 오해를 한다. '홍보팀은 술마시는 곳이야?'

아, 오해는 아니겠구나. 맞는 말이다.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근무 중 허가받고 술을 마실 수 있는(마셔야 칭찬받는) 직무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예전만큼 부어라마셔라 하지 않고 산업별마다 다르기도 하다. 어쨌든.


친한 기자는 친해서 마시고, 처음 본 기자는 뻘쭘함을 빨리 털어내려고 마신다. 술로 인해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지면 인간적 친밀감이 높아지면서 기자들이 기사 쓸 때 내 얼굴 한번 더 떠올리고 악성기사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래서 언론홍보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기자를 만나는 그 순간, 계속 커넥션을 잇기 위한 적절한 유대관계다. 이런 업무에는 사실 나인투식스가 따르지 않는다. 주말에도, 출근 전후에도, 특히 퇴근후 더욱 찐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가짜근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이건 정말 오해다). 물론 기업마다 다르다. 언론홍보만 전담한다 하더라도 매일 기사 전략 짜고 .. 등등 굉장히 많은 업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모든 기업 생리를 알 순 없으니 20년 가까이 되는 경력만을 바탕으로 얘기해 본다.


사실 기자를 매일 만나긴 무리고 적절히 스케줄링해서 만난다고 한다면 어떤 부서보다도 시간적 유동성이 있다. 그러니 나인투식스의 육체적 스트레스가 많이 있진 않다. 그러나 한번 이슈가 터지면 그땐 폭탄이다. '한번 휘몰아치면 육체+정신적 스트레스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무리 친한 기자라도, 믿었던 기자라도(사실 나 말고 누굴 믿겠냐마는) 팩트적 부정이슈가 터지면 기사를 안 쓰진 않는다. 그들도 그들의 일을 해야하니까. 그런데 평소 관리가 좀 잘 되어 있거나 협찬을 많이 해놓았다면 기사 늬앙스가 좀 달라진다. 워딩 하나, 어휘 하나로 부정을 중립으로 바꿀 수 있는 재능을 그들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평소 보이는 '가짜근무'는 사실 이 한 방을 위해 조금씩 모으는 원기라고 볼 수 있다. 매주 마시는 술 한방울 한방울이 모여 원기옥이 된다고나 할까.


주저리주저리 써놓고보니 궤변인 것 같지만, 결론은 언론홍보의 고충은 언론홍보(사실 기자도 모를거다)만 안다는 것. 그리고 오늘도 점심 술을 거하게 마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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