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상무 아니에요
홍담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무슨 우리가 나가서 맛있는 거 먹고 돈만 쓰고 다니는 덴 줄 알아요'
우리가 정말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부서에서는 매일 점심에 나가고 저녁에도 나가서 비싼 금액 결제하고 다니는 '맛난 거 먹고 놀러다니는' 그런 곳이라 생각하기 쉽다.
이 브런치에서 몇 번 다룬 적 있지만, 우린 '점심, 저녁에도 일하는' 부서다. 아무리 비싼 음식을 먹어도 1~2입 먹을 뿐, 그것이 맛있겠는가? 편의점 김밥 한 줄이 더 맛나다.
여튼 이런 상황에서 최근 더 충격적인 '뒷담화'를 듣게 됐다.
예전 담당자는 술 마시고 몸빵해서 홍보비 한 푼도 안 썼는데 지금은 술도 안 마시고 협찬비만 계속 나가네? 일 너무 쉽게 하는 거 아니야?
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의 뒷담화를 말이다.
그동안 온갖 리스크 온 몸으로 막으며 동분서주하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며 분통이 터졌다. 보이는 것이 다라고 생각하는 저 무식함의 끝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저들은 알까?
책상에 앉아 계산기나 두들기고 앉아있는 저치들에게 굳이, 홍보 업무는 이거고요, 너희들이 우리 고충을 얼마나 아니?를 설득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홍보 업무가 뭔지 잘 모르는 이들에게 간결하게 정리해 보자면,
결론적으로 '우리 회사 자랑하고 못난 일은 막는 역할'이다. 그러기 위한 과정에 '기자들과 친해지기'가 있다. 그래서 점심에도 저녁에도 만나 식사하며 친분을 쌓는 것이다.
여기서 기자들과 친해지기 위한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다.
아주 옛날에나 정통으로 통했던 '술 마시고 술 마시고 술 마시는' 방법.
아는 정보가 많아서 기자들이 의지하고 자주 찾게되는 정보통이 되는 방법.
매 때마다 잘 챙기고 진심으로 대해서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방법.
등등이 있겠다.
즉, 술 마시면서 일해야 진정한 홍보다라는 건 수많은 방법 중 원오브뎀일 뿐이며, 그저 본 게 그것뿐인 무지한 자들에겐 그게 다인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시대가 변해 요즘 기자들은 워라밸을 더 챙기며 술자리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물론 산업별 케바케다. 여전히 술이 통하는 분야가 있다. 그런 곳에서 근무한다면 술자리가 중요한 업무가 될 수 있다.
내가 홍보를 잘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인가는 그 홍담의 역량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회사 자랑을 잘 하고 리스크를 잘 막는' 업무를 해내면 되지, 그러기 위해 홍담이 어떤 방법을 행하냐는 건 노터치해야 한다.
마케팅처럼 인풋을 넣으면 그대로 아웃풋이 나오는 그런 영역이 아니다 홍담은. 수십, 수백개의 기자와의 커넥션을 만들어낸 끝에 겨우겨우 1이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홍보의 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