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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빈 Nov 16. 2023

[끄적] 나도 곧 라떼가 되겠지?

그때는 참 커보였는데...

고등학교 다니던 동네로 회사가 이전하면서 종종 학교 주변을 지나치게 된다.

그때는 참 크고 위엄있어 보이던 학교였는데, 강산이 수십번 변하고 마주하게 된 그 곳은 굉장히 작고 아기자기해 보였다. 


며칠 전 약 5~7년차 정도의 기자와 미팅을 하게 됐다. 그가 문득 던진 말은,


예전엔 선배들이 하면 무엇이든 멋있고 리스펙하게 되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머리가 좀 커지고 보니 뭔가 고루하고, 저건 아닌 것 같고, 왜 저렇게 무능해 보이나 싶다 라고 말이다.


몸이 커지다보니 위풍당당했던 선배의 모습이 예전 고등학교처럼 보였나 보다.


그런데 그때, 내가 지금 그 선배, 아니 선배보다 훨씬 많은 나이이니, 내 팀원들도 나를 저렇게 볼 수 있겠네 란 생각이 뒷통수를 뽝- 쳤다.


실제로 그런 느낌을 받은 적도 있다. 나는 꽤 이 업계에 오래 있었고 내가 뽑은 팀원은 이 업계가 생소했다. 처음엔 이것저것 공부 많이 하라고 가이드도 해주고 업무의 atoz를 마이크로매니징했다. 못 미더웠고 아직 많이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1,2년이 흐르고 당연히 업계에 익숙해진 그 친구가 문득문득 나보다 더 많이 아는 부분들이 생기는 것이다. 업무 방식 역시 내가 고수하던 예전 방식보다 본인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반면, 나는 현실에 안주했고 내 방법이 옳다생각했고 그게 계속 갈 줄 알았다. 그렇지만 계속 뛰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예전엔 커보였는데 이젠 무능한 선배'로 나를 보는 순간이 오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대로인데 나를 바라보는 상대의 시선은 계속 달라지니까.


그렇게 세월에 밀려나고, 시대에 밀려나면서 은퇴를 하고 잊혀지게 되나 보다. 오늘이 수능날이라, 내가 수능 본 게 대체 언제야 란 생각에 괜히 감성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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