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소울메이트인 특별한 친구가 있다. 나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친구. 츄리닝 입고 에코백 들고 만나도 되는 친구. 만나는 순간순간이 마음 치유되는 친구. 겉도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고 솔직한 마음으로 직접 파고들어오는 친구.
이 친구 없을 땐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꽤 유명한 곳에 사주를 보러 갔다가 안좋은 마음을 안고 돌아왔다. 그 사람의 말에 마음이 100% 젖어버린 채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고 집에 왔다. 계속 마음이 불편하고 서늘했는데, 그 이유를 잘 알 수가 없었다. 몸이 갑자기 아파져서 끙끙 앓았고 오늘 있었던 일정도 다 취소해야 했다.
친구랑 카톡을 하다가 친구의 동화책 북토크에 참석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좀 나아지면 가겠다고 했다. 신기하게 갑자기 컨디션이 확 좋아졌고 살만해져서 버스를 타고 홍대입구역으로 갔다. (아침까지만 해도 심한 장염으로 늘어져 있었는데 제로콜라에 커피 두잔을 마시고도 멀쩡할만큼 나아졌다. 마음의 문제였나보다.)
북토크를 듣고 친구와 함께 전시회에 갔다. 전시회는 한 카페 안의 갤러리에서 있었는데, 한켠에는 콜라쥬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우리는 콜라쥬 작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내 감정이나 과거나 기억들이나 미래나... 모든 것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직면하는걸 어려워한다. 그래서 사주 본 이야기도 적당히 하려 했는데 친구가 푹 찔러들어왔다.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 친구는 감정에 관해서는 절대 놓아주지 않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나는 나 자신도 직면하려 하지 않았던 불편감에 대해 파고들게 되었다. 그 사람의 이런 말들이 왜 기분나빴는지 마음속에서 말이 술술 나왔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 나 자신도 처음 듣는 내 마음의 이야기들이었다.
친구는 나를 혼냈다. 내 문제는 내가 쌓아올린것들을 잊어버리고 나를 믿지 않는다는 거라고. 왜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함부로 하는 말을 듣고와서 그게 자기 자신이라고 믿냐고. 아니, 애초에 그런 곳을 왜 가냐고. 그런 곳에 줄 돈이 있으면 차라리 같이 치킨을 먹으면서 나 칭찬해달라고 말하라고.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지금도 뭐라고 써야할지 모르겠다.
난 새보다 기억력이 짧은 것 같다...
긍정적인 회고가 나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울증일 때는 부정적인 생각을 회피해야만 살 수 있었고, 우울증이 나은 후에는 과거의 상처를 회피해야만 살 수 있었다. 과거의 내 실수로 지금 망한 인생을 복구중이라고 생각하면 견딜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지금도 회피와 망각이 습관이 된 것 같다.
내가 쓴 글들도, 내가 성장해온 단계도 다 잊어버리고 허공에 떠있는 것마냥 비틀비틀 걸어간다.
그 부분을 친구가 지적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나한텐 아무리 들여다봐도 잘 안보이는 내가 친구한텐 잘 보여서 다행이다. 그리고 친구가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줘서,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해줘서 진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