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지나무 Nov 04. 2024

엉망에 엉망을 쌓아올리면서


시간이 많았다면 좀더 잘했을 것 같다. 모든 일이 그렇다. 시간이 많아서 천천히, 충분히, 여유롭게 공을 들여 했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을 것이다. 시간이 많아서 지칠 정도로 잠을 자고 멀쩡한 몸과 정신으로 많은 일들을 잘 해냈을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존재 자체가 시간에 쫓기게 설계되어있는 것 같다.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서 시간에 목이 죄이면서 인생의 해야만 하는 과제들(살아남기, 먹고 살기, 입시나 결혼 같은 사회적 임무들)을 위태롭게 해나가는 듯하다.


나는 특히 벼락치기형 인간이라 더 그렇다.


그러다보니 항상 엉망에 엉망을 쌓아올리는 느낌이다. 돌아보면 어떻게든 지나가있고 뭐라도 되어있긴 하지만 완벽한 것은 하나도 없는. 때로는 내 뜻대로, 내 욕심만큼 안된 것들이 너무 많은.


야무지게 꼼꼼한 정물화같은 인생도 예쁠 것 같은데 내 인생은 길 잃은 붓질과 물감 떨어진 자국들로 가득한 추상화같다.


연말까지 해야할 일들.

대학원 과제. 일. 훌라. 이런저런 마음 정리. 코트나 패딩 구입. 다이어트. 논문 주제 정하기.


무엇 하나 잘하는 건 없겠지만 그래도 끝이 나면 그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절반, 사주 보러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