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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May 05. 2024

몇년만에 만난 친구


친구이고 언니이고 전우같은 분이 있다.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되었고, 함께 우울증을 답사중이다. 1년에 한번 정도 혹은 2년에 한번은 만나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도 전혀 오랜만인 것 같지가 않다. 우리는 정동길을 걷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는 약속장소가 주로 서울미술관이었는데 이번엔 정동으로 바꿨다. 연차를 내고 걷는 평일 낮의 정동길은 가슴 설레고 상쾌했다.


우울증으로 연결되어 있는 친구가 있다는건 행운인 것 같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내 고통을 다 알아주지는 못한다. 그리고 가족이기에 걱정할까봐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런 눌려진 이야기들을 우울증 전우들과는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아팠고 싸우고 있고 여전히 살아있다는걸.


이번엔 몇가지 꿀팁도 배웠다. 무기력증이 좀 심해서 실천은 아직 못하고 있는데 내일부터라도 해야겠다.


오랜만에 만나 대화하면서 그동안 좀 갇혀있었던 껍질을 깨고 나온 느낌이었다. 과거의 나를 알고 있는 분과 만나니까 그동안의 시간이 삭제되고 내가 어떤 마음 상태에 있는지를 다시 인식할 수 있었다.


괜찮아보여도 안괜찮은 것들이 보였고, 예전보다 마음건강 챙기기에 게을러진 나도 보였다. 적당히 좋은 상황으로 덮어두려 했지만 그러면 안될 것들도 보였다.


다시 시작해야겠다.

나를 위한 삶을.


엄청 맛있는 돈까스를 먹고 다시 함께 서울 광장으로 나왔다. 우리는 서울 페스타의 음악을 들으면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좋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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