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산돌 Jun 15. 2021

왜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피는지

#시 #고산돌

단돈 오천 원에 불효를 변명해 줄 꽃을 고르고 노랗게 핀 금계국 사이에서 우뚝한 영혼을 위로하는 돌을 지나 당堂에 오릅니다. 경건하게 코로나바이러스 소독제로 손을 씻고 큐얼 코드로 저 온 생색을 내며 당신께 향합니다.


집집마다 꽃이 피었습니다.


당신 이웃 김 아무개와 이 아무개 자식들 기복起福을 할 때 염치도 없는 놈은 합장을 따라 해 봅니다. “어찌합니까, 뜻하지 않았던 삶을 살다 보니 이리되었습니다. 노심초사 자식 앓이 한 당신께 위로가 되지 못했지만 기억記憶은 제 몫으로 주시고 이제 평온平穩을 찾아 자유롭게 날아가시기를...”


잠시나마 꽃이 되어봅니다.


이웃집 자식들과 마주친 눈빛은 흔들리고 뻘쭘한 손 어쩌지 못하다가 물러납니다. 저마다 생색에 바쁜 문을 지나 당堂을 나선 걸음은 영혼을 위로하는 돌을 시립侍立 하고 있는 길섶 붉은토끼풀 곁을 서성거리다가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에 그리움을 두고 발길을 돌립니다.


보랏빛의 꽃이 만개합니다.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피는지, 금계국 그늘에서 꽃을 피운 붉은토끼풀의 갸륵함을 알겠습니다. 그리움은 벌써 꽃밭 가득 향기로 피어납니다.


Photo by gosandol, May 29. 20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