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세상과 나 사이에 긋는 안전선
출근길 지하철이나 버스 안, 습관적으로 켠 스마트폰 화면에 간밤의 사건 사고 기사가 뜹니다. 누군가의 이슈와 사건 사고, 안타까운 죽음, 재난 소식, 혹은 억울한 사연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시 혀를 차고는 스크롤을 내리거나 다른 기사로 넘어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그 뉴스는 단순한 텍스트나 이미지가 아닐 수 있습니다. 기사를 읽는 순간, 피해자의 고통이나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이 화면을 뚫고 나와 내 가슴에 쿵 하고 내려앉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통증과 먹먹함이 밀려오고, 아침부터 시작된 이 무거운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은 채 오전 내내 우리를 짓누르기도 합니다.
초민감자는 흔히 경계가 얇다고 표현됩니다. 나와 타인, 나와 세상 사이를 구분 짓는 심리적, 감각적 벽이 낮아서, 외부의 정보나 감정이 여과 없이 내면으로 쑥 들어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뉴스를 볼 때, 우리는 저기서 일어난 일이라고 객관화하기보다, 그 상황 속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에 본능적으로 이입하게 됩니다. 이는 우리가 가진 높은 감수성과 연결감이 작용한 결과지만, 부정적인 뉴스 앞에서는 나를 보호하는 필터가 작동하지 않아 무방비하게 상처받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초민감자는 타인의 행동이나 감정을 관찰할 때 활성화되는 거울 뉴런 시스템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뉴스 속의 상황을 글이나 사진으로 접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마치 내가 그 상황을 직접 겪는 것과 유사한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슬픈 소식을 들으면 실제로 가슴이 아프고, 억울한 사연을 보면 덩달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뇌가 타인의 경험을 나의 경험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HSP는 잠재적인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이는 생존에 유리한 특성이었지만, 안전한 현대 사회에서는 뉴스 속의 사건 사고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위협으로 과대 해석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이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뉴스를 볼 때마다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고, 이것이 신체적인 긴장과 피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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