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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민감자의 출근전 '가상 시뮬레이션'을 멈추는 향기

출근 전부터 이미 지쳐버린 당신의 아침

by 이지현

아침에 눈을 뜨고 욕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칫솔을 물고 멍하니 서 있지만, 머릿속은 이미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있을 주간 회의에서 상사가 던질 법한 날카로운 질문을 예상해 보고, 그에 대한 답변을 수십 가지 버전으로 준비해 봅니다. 동료에게 보낼 메일의 문구를 다듬어보고, 혹시 발생할지 모를 돌발 상황까지 미리 그려봅니다.

이처럼 미래의 상황을 미리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을 가상 시뮬레이션 혹은 정신적 리허설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완벽을 추구하고 실수를 두려워하는 초민감자(HSP)들에게, 이것은 불안을 잠재우고 통제감을 얻기 위한 무의식적인 노력일 수 있습니다. 미리 준비하면 덜 당황할 것이고,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지나치면, 우리는 현재의 나를 잃어버리고 미래의 걱정 속에 살게 됩니다.

끝없는 생각의 쳇바퀴에서 내려오기 위해서는, 우리의 주의를 미래의 생각에서 현재의 감각으로 돌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쉽지만, 감각은 오직 지금, 여기에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묵직하고 깊은 향기는 붕 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복잡한 머릿속을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침 시간, 양치질이라는 아주 일상적인 행위에 향기를 더해 뇌의 공회전을 멈추고 온전한 휴식을 선물하는 그라운딩(Grounding) 방법을 제안해 보려 합니다. 프랑킨센스와 베티버의 향기는 당신을 복잡한 미래에서 평온한 현재로 부드럽게 데려다줄 것입니다.




왜 우리는 아침부터 머릿속 회의를 열까요?

깊은 정보 처리와 예측 본능

초민감자의 뇌는 정보를 깊이 처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주어진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그 정보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의미와 가능성, 그리고 미래에 미칠 영향까지 폭넓게 고려한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뇌는 오늘 마주해야 할 일정들을 떠올리며 그와 관련된 수많은 변수들을 자동으로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불안을 통제하려는 시도

미래는 누구에게나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HSP에게 불확실성은 더 큰 불안 요소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예측되지 않는 상황에 당황하거나 압도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모든 상황을 미리 겪어봄으로써 심리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려 합니다. 머릿속으로 상황을 미리 그려보고 대처 방안을 마련해 두면,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덜 놀라고 더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얻게 됩니다.


완벽주의적 성향과 실수의 두려움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실수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 또한 아침의 시뮬레이션을 부추기는 요인일 수 있습니다.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고 자신의 기준이 높은 HSP는, 사소한 실수조차 용납하기 어려워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완벽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아침부터 뇌를 풀가동하며 모든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완벽주의적 태도는 오히려 긴장감을 높이고, 아침의 여유를 즐기지 못하게 만들어 하루의 시작을 무겁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가상 시뮬레이션이 뇌에 미치는 영향

전두엽의 과부하와 피로

끊임없이 미래를 계획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과정은 전두엽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만듭니다. 전두엽은 의사결정, 계획, 집중력 등을 담당하는데, 아침부터 쉴 새 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리다 보면 정작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전두엽이 지쳐버릴 수 있습니다. 뇌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에, 아침부터 에너지를 낭비하면 하루를 버티는 힘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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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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