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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촉각을 달래는 '벨벳' 향기

겨울의 건조함이 손끝에 닿을 때

by 이지현

겨울이 깊어갈수록 공기는 점점 더 건조해지고, 우리의 피부는 가장 먼저 그 메마름을 감지하곤 합니다. 특히 하루 종일 무언가를 만지고 느끼는 손끝은 계절의 변화에 가장 취약한 부위일 수 있습니다. 니트 스웨터를 입거나 스타킹을 신을 때, 혹은 부드러운 이불을 덮을 때, 거칠어진 손끝이나 손톱 주변의 굳은 살이 섬유에 걸리며 나는 미세한 '서걱'거리는 소리와 감촉. 누군가에게는 그저 핸드크림을 바르면 되는 사소한 일일지 모르지만, 촉각이 예민한 초민감자(HSP)들에게 이 순간은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는 불쾌한 자극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 찰나의 마찰음이 마치 칠판을 긁는 소리처럼 신경을 자극하고, 순간적으로 온몸의 근육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촉각적 불편함은 단순히 피부가 거칠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심리적인 위축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손끝이 거칠어 옷감이 걸리는 그 느낌은, 내가 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이나, 내 몸이 어딘가 망가지고 닳아버렸다는 서글픈 느낌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이처럼 예민해진 촉각과 위축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향기'와 '보습'이 결합된 특별한 리추얼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건조함을 없애는 것을 넘어, 향기를 통해 거친 감각을 부드럽게 덮어주고, 심리적으로 보호받는 느낌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거칠어진 손끝 때문에 마음마저 거칠어지기 쉬운 당신을 위해, 촉각의 예민함을 잠재우고 피부와 마음에 윤기를 더하는 향기로운 방법을 함께 나누어 보려 합니다.




왜 우리는 손끝의 거칠어짐에 유독 민감할까?

손끝에 집중된 감각 수용체의 비밀

우리의 손, 특히 손가락 끝은 신체 중에서도 감각 수용체가 가장 밀집되어 있는 부위 중 하나입니다. 이는 우리가 세상을 탐색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이지만, 그만큼 외부 자극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초민감자는 이 감각 수용체의 민감도가 남들보다 더 높게 설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인에게는 느껴지지 않는 미세한 섬유의 올이나 작은 먼지의 감촉도, HSP의 손끝에서는 마치 거대한 장애물처럼 크게 확대되어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손끝이 조금만 거칠어져도, 그로 인한 마찰과 진동은 뇌에 매우 강렬하고 불쾌한 신호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촉각 방어'와 불쾌한 마찰음의 공포

특정 촉각 자극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고 회피하려는 경향을 '촉각 방어'라고 합니다. 거친 손끝이 옷감에 스칠 때의 느낌이나 소리에 소름이 돋는 것은, 뇌가 이 자극을 '위협적'이거나 '불쾌한 것'으로 분류하고 방어 태세를 취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특히 칠판을 긁는 소리나 스티로폼이 문질러지는 소리처럼, 특정 주파수의 마찰음은 인간의 뇌에서 공포와 혐오를 담당하는 편도체를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친 손이 니트에 걸릴 때 나는 소리가 이와 유사한 반응을 이끌어내어, 순간적으로 심박수를 높이고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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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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