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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 아침에 '색채'를 입히는 컬러 아로마

향기, 코로 마시는 다채로운 색깔

by 이지현


커튼을 걷었을 때 마주하는 풍경이 온통 무채색일 때가 있습니다. 잎을 모두 떨구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가로수들, 그 뒤로 보이는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들, 흐린 하늘이 만들어내는 낮은 채도의 세상. 거리를 걷는 사람들마저 약속이나 한 듯 검은색이나 회색 패딩을 입고 움츠린 채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세상의 채도가 0으로 떨어진 흑백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화려했던 가을의 색이 사라지고 찾아온 이 단조로운 풍경은, 시각적 자극에 민감한 우리에게 깊은 공허함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초민감자(HSP)에게 색은 단순한 시각 정보가 아니라, 감정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중요한 영양분일 수 있습니다. 다채로운 색감은 뇌를 자극하여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활력을 주는데, 겨울철의 회색빛 풍경은 이러한 자극을 차단하여 정서적 허기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색이 부족하다면, 다른 감각을 통해 뇌에 색채를 공급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의 뇌는 감각들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감각 능력을 가지고 있어, 특정 향기를 맡으면서 색채를 연상하거나 느낄 수 있습니다. 향기는 회색빛 아침에 당신의 내면에 칠할 수 있는 가장 투명하고 아름다운 물감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향기가 가진 고유의 색채 에너지를 활용하여, 무채색의 겨울 아침을 다채롭고 생동감 있게 물들이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왜 우리는 회색 풍경에 유독 우울해질까?

시각적 민감성과 감정의 동기화

초민감자는 외부 환경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그 분위기에 깊이 동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변 환경이 밝고 다채로우면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를 얻지만, 반대로 환경이 어둡고 단조로우면 내면의 에너지 또한 그에 맞춰 가라앉기 쉽습니다. 회색빛 도시는 우리에게 무의식적으로 정체, 슬픔, 고립과 같은 감정 신호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 시각적 정보가 지속적으로 뇌에 입력되면, 특별한 슬픈 일이 없더라도 기분이 하향 평준화되어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계절성 정서 변화와 빛의 부족

겨울철의 무채색 풍경은 일조량 감소와 맞물려 계절성 우울감(SAD)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햇빛은 세상의 색을 선명하게 드러내 주는 조명과 같은데, 구름이 많거나 해가 짧아지면 세상은 더욱 흐릿하고 칙칙해 보입니다. 빛의 부족은 세로토닌 수치를 낮추고, 멜라토닌 분비를 늘려 무기력증을 유발하는데, 여기에 시각적인 즐거움마저 사라지면 뇌는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볼거리가 사라진 뇌는 심심해하고, 그 지루함은 곧 부정적인 생각이나 반추 사고로 이어질 틈을 주게 됩니다.


도시의 삭막함이 주는 압박감

자연의 색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차가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그리고 빽빽한 빌딩 숲입니다. 이러한 인공적인 구조물과 무채색은 우리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이나 답답함을 줄 수 있습니다. 자연의 곡선과 다채로운 색상은 뇌를 편안하게 이완시키는 반면, 도시의 직선과 단조로운 색상은 뇌를 긴장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HSP는 이러한 환경적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여, 출근길 풍경만으로도 에너지가 소모되고 지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숨 쉴 틈 없는 회색 벽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들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생명력 넘치는 색채를 갈망하게 됩니다.




향기로 색을 채우는 원리: 공감각적 치유

코로 느끼는 색채, 후각과 시각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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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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