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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본능을 깨우는 '따뜻한 빛'의 아로마

겨울 아침, 이불이라는 안전한 동굴

by 이지현

알람 소리가 울려도 창밖은 여전히 한밤중처럼 어둡기만 합니다.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칠 때마다, 몸은 본능적으로 따뜻한 이불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고 싶어집니다. 이불 밖은 춥고, 위험하고,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곳처럼 느껴지는 반면, 이불 속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포근한 동굴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겨울 아침에 유독 일어나기 힘든 것은 단순히 게으름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빛과 온도 변화에 민감한 초민감자(HSP)의 신경계가, 해가 짧아지고 추워지는 환경을 감지하고 에너지를 보존하려는 동면(Hibernation) 본능을 강하게 작동시키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곰이 겨울잠을 자듯, 우리의 몸도 활동을 줄이고 내면으로 침잠하여 혹독한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생물학적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본능적인 저항감은 의지만으로 극복하기에는 꽤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우며 괴로워하는 대신, 뇌와 몸을 부드럽게 설득하는 다른 방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바로 향기를 통해 내면에 따뜻한 빛을 밝히는 것입니다. 스위트 오렌지나 벤조인과 같이 온기를 머금은 향기들은, 시각적인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뇌에게 "지금은 따뜻하고 안전해"라는 신호를 보내줄 수 있습니다. 향기는 캄캄한 동굴 속에 켜진 작은 촛불처럼, 움츠러든 마음을 녹이고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부드러운 용기를 건네줄 것입니다.




왜 HSP는 겨울 아침에 더 취약할까?

빛의 부재와 세로토닌의 저하

우리의 기분을 조절하고 활력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햇빛을 통해 생성됩니다. 하지만 겨울 아침의 늦은 일출과 부족한 일조량은 세로토닌 수치를 떨어뜨려, 이유 없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초민감자는 이러한 호르몬 변화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 아침에 눈을 뜨는 것 자체가 거대한 벽을 넘는 것처럼 힘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둠은 뇌에게 아직 쉴 때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이로 인해 각성 상태로 전환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온도 변화에 대한 신체적 방어 기제

초민감자의 신경계는 온도 변화를 생존에 대한 위협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불 밖의 차가운 공기는 피부를 자극하고, 이는 뇌에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내 근육을 긴장시키고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신체의 방어 기제가 작동하면서, 이불 밖으로 나가는 행동 자체에 대해 강한 신체적, 심리적 저항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안전한 공간을 떠나는 심리적 저항감

HSP에게 집, 특히 이불 속은 외부의 과도한 자극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유일한 피난처일 수 있습니다. 춥고 삭막한 바깥세상으로 나간다는 것은, 이 완벽한 보호막을 벗어던지고 무방비 상태로 자극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의식적으로 안전한 동굴에 더 머물고 싶어 하는 퇴행적인 욕구가 강해질 수 있으며, 이는 아침 기상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뇌를 설득하는 따뜻한 빛의 향기 과학

후각을 통한 안전 신호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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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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