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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CHOS May 30. 2016

수학, 철학에 미치다

:: 생각하는 힘, '수학'

수학은 단순히 문제 푸는 학문이 아니다. "수학은 신(神)과 대화하는 학문"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안만 존재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전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다는 것, 그것을 의심하고 거기에 질문을 던진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는 것이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 #Google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말로 서양의 근대를 열었다. 내가 존재한다는 최종적인 근거가 나의 생각에 있다는 뜻의 이 명제는 논리적으로 엄밀하게 따져본다면 결국 "나는 생각하는 동안만 존재할 수 있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의 일상을 돌아볼 때, 주어진 상황을 별생각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는 사회적 관습과 내 몸의 관성에 따라 하루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즉, 아무 생각 없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데카르트에 의하면 이러한 삶은 무의미한 삶이라기보다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는 삶이다. 


 결국 삶은 생각함에 의해서만 의미 있게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함은 질문을 던짐, 즉 문제 상황을 인식함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통해 삶을 새롭게 구성해 나가는 생활을 해야하는 것이다. 문제 없는 삶, 그것은 생각 없는 삶이며, 결국은 존재하지 않는 삶이다. 

 철학(philosophy, 哲學)을 서양 관점에서 보면 지혜(sophia)에 대한 사랑(philos)이며, 동양 관점으론 밝은(哲) 배움(學)이다. 따라서 철학은 학문이라기보다 사유하는 삶의 자세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문제를 풀 때 많이 하는 착각 가운데 하나가 문제가 주어진 다음 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 문제가 주어졌다고 할지라도 내가 그 문제를 문제로 인식했을 때, 비로소 나에게 문제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체적으로 인식해내는 것'인 것이다. 우리는 문제를 명확히 인식 못하는 상황에서 애써 답을 찾으려고 하는 어리석음에 빠지면 안된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 주체화'라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그 과정의 본질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학문이 바로 수학이다.



 수학의 역사는 우리에게 친숙한 상식적인 유클리드 공간이 아닌 다른 공간이 존재할 수 있으며, 우리가 알고 있던 많은 지식들이 사실상 특정 공간에서만 성립하는 상대적 진리였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수학은 이렇듯 사유라는 이성의 눈이 끊임없이 확대되어가는 과정이다. 


 서양의 역사에서 보면 수학은 새로운 문제의 발견을 통한 인식의 틀 확장, 그리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논리력 발전 등, 대부분 수학을 통해서 성장이 이루어 졌다고 하기 때문에, 수학은 철학을 이끌어왔다고도 할 수 있다. 탈레스(Thales, BC624?-BC546?), 플라톤(Platon, BC428/427-BC348/347), 러셀(Bertrand A. W. Russell, 1872-1970), 힐베르트(David hilbert, 1862-1943)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수학자들은 거의 모두가 당대의 시대정신을 이끈 철학자였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 한다. 수학의 모습이 그 시대의 수준을 가장 명확하게 반영했 던 만큼 수학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당시의 철학 정신을 이해하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모든 일에 생각과 의심함으로 시작을 해야한다고 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또한 다른 글들을 읽으면서, 책을 읽으면서, 인터넷 기사를 보면서,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팀 회의를 하면서, 미팅을 하면서 등등 심지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면서 까지도 끊임없이 생각하며 고민하고 의심하면서 스스로를 진화시켜야 한다. '각하는 기쁨의 맛'을 모두 함께 느껴보고,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미련을 떨게 되고, 생각만 키운채 배우지 않으면 사고치기 십상이다. <논어(論語)> - 위정(爲政)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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