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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abutomby Jun 28. 2022

360 킥플립 도전 일기 day 02

20년 동안 넘어서지 못했던 바로 그 벽에 도전하는 소소한 일상 기록

6 11.

‘시간 내기’


쓰리킥(트레플립)을 타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하고 거기까지의 여정을 잔잔하게 그리고 데일리로 브런치에 담아보고자 했던 목표는 생각보다 전투적이고 치열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느낀 인사이트를 나름 맛있게 읽힐 법한 형태로 빚어내는 것은 사실 힘든 일이라고 변명을 해본다.


그래도 둘 중 하나는 계속해왔는데, 본질에 집중해서 보드는 계속 탔다. 하지만 이 역시 힘든 부분이 있었다. 얼마 전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는 기숙사 앞, 연구실 앞이 좋은 스팟이었기 때문에 밤낮 할 것 없이 마음이 내키는 때에 보드를 들고나갔다. 근데 지금은 30대 중반의 회사원이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려면 차를 타고 10분 정도 원하는 스팟까지 이동을 해야 했다. 그렇다고 회사 점심시간에는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다가 보드를 챙겨서 근처 공원까지 가고, 또 넣어 놓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요구되었다. 이런저런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사유들이 나에게 보드를 타는 걸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시간을 낸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고 대단한 일인 것이다. 어떤 운동이든, 취미이건, 개인 작업이건, 시간을 충분히 낸다는 일은 그 영역에 흠뻑 빠져들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이다.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또한 충분한 웜업과 더불어, 내가 가진 능력을 되새김질하여 다시 회복하고, 다음 개선 요소들을 탐구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시간을 내온 덕에, 이제는 킥플립이 조금 더 편해졌다. 이제는 대충 성공률도 50% 정도로 올라왔고,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체득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연관된 내용으로 내 학위 연구의 주제는 ‘스포츠의 기술 습득에 대한 생체 정보의 디자인’과 관련되어있는데, 당시 내용을 조금 참조하자면…


운동 기술의 습득은 Cognitive level - Associative level - Autonomous level의 세 단계로 구성된다.(갑자기?) Cognitive level은 기술 습득의 첫 단계로 필요한 동작들이 무엇인지 개념적으로 아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킥플립은 뒷 발로 팝을 주는 동시에 대각선으로 살짝 빼준 앞발을 끌어올려서 보드를 돌리고, 360도 회전된 보드 위에 양발로 착지하는 것, 정도가 되겠다.


다음으로 Associative level은 운동을 하면서 스스로 고민을 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고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앞 발의 각도를 더 틀어야 할지, 뒷 발로 팝을 주고 몇 밀리세컨드 뒤부터 앞발을 밀어주어야 하는지, 뒷 발의 위치와 각도는 어떻게 주는 것이 좋은지 수행자가 직접 시도해나가는 시기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Autonomous 레벨은 이제 기술을 습득하여 세부 동작의 요구사항에 집중하지 않아도 기술을 성공시키고 자신만의 스타일과 노하우를 쌓는 단계를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내 킥플립은 대충 Associative의 단계 어딘가에서 헤매어지고 있는 듯하다.

사실 제일 흥미롭고, 스케이트보드(및 다른 운동)가 재미있어지는 시기가 이때인 것 같다. 어떤 때는 기술을 성공하고, 또 어떤 때는 비참하게 실패하는데, 주의를 기울이는 하나의 요소만으로 기술의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 이게 정답인가 라는 생각에 희열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 연습하고 있는 킥플립의 경우에도, 뒷발의 각도를 안쪽으로 조금 틀어준 것만으로도 성공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갔다. 원래는 바깥쪽으로 벌려준 포지션을 택하고 있었는데, 몸이 자꾸 진행 방향 뒤로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발을 바꿔주니 아예 개념적으로 다른 몸의 중심이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 킥플립은 어느 정도 된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나저나 쓰리 킥은 코그니티브 단계에서 벗어날 줄을 모르고 있다.

영상 레퍼런스도 열심히 보고, 연습도 해보는데, 도저히 내 발밑에서 돌아가는 저 나무 칼날에 발을 들이밀 자신이 없다.

계속 돌리다 보면 느리게 보이는 시기가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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