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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abutomby Jul 06. 2022

360 킥플립 도전 일기 day 03

20년 동안 넘어서지 못했던 바로 그 벽에 도전하는 소소한 일상 기록

‘작은 성취감의 위협’


6월 25일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한 시간 연습을 하고 있는 직장인의 느슨한 취미용 스케쥴에 정체기라는 대단한 단어를 붙이는 것이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습날을 상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스팟에 도착하여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기본적인 알리와 기타 기술을 연습하며 몸에 열이 내어 웜업을 한다. 그리고 킥플립을 연습하기 시작하면서 쓰리킥을 위한 커리큘럼을 시작한다. 사실 쓰리킥을 타기위해서는 분명 킥플립이 필요하긴 하지만, 킥플립의 완성과 쓰리킥은 또 다른 이야기다.


기술에 대한 연습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집중하게 되는 요소나 부분이 생기는데, 한정된 리소스 안에서 연습을 어떤 컨텐츠로 채워나갈지를 잘 계획해야한다. 보드를 돌리는 감각을 이해하기 위한 킥플립 연습에 대한 기존 목표는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지금 당장 이 킥플립을 만족스럽게 탈 수 있을까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킥플립이 점점 개선되고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뒷발의 팝의 방향이나 앞발의 킥 타이밍, 몸의 중심 이동 등에서 자잘한 개선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팁들이 랜딩으로 이어지면서 얻어지는 작은 성취감은 스케이트보드를 지속해서 타게 만드는 중요한 원동력이지만, 반대로 다음 기술로 넘어가기 위한 ‘과제 일정’을 지연시키는 요소이다. 한참을 킥플립에 집착한 상태로 연습을 하다보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새로운 기술을 연습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더군다나 요새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밤시간대라도 흐르는 땀과 열기 때문에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다.


언제가 만족해야할때고, 언제가 넘어가도 되는 때일까. 어느정도 할 줄 아는 기술을 연습해서 갈고 닦는 일은 분명 즐겁다. (지난번 글에서 이야기했던  Associate level에서 autonomous level로의 접근에 해당하는 일이다.) 다양하게 개선할 수 있는 시도를 해보고, 그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니 성취감도 뚜렷하다. 하지만 아직 못하는 기술을 하기위해 미지의 영역에 발을 담구는 것은그러한 성취감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살짝 두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 연습을 보고 있자면, 왜 저러고 있는걸까 싶은 동작들의 연속이 이어질 뿐이다.

하지만 작은 성취감에 취해 더 큰 스텝을 내딛지 못하는 것 역시, 지나고보면 참 아쉬운 일일 것이다. 그 달콤한 성취감을 뒤로하고 바닥이 안보이는 물 속으로 뛰어드는 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바닥이 안보이고 발도 안닿는 어딘가에서 사지를 허우적대다가보면, 결국에는 다다를 수있지 않을까. 그것이 수면이든 바닥이든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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