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운 Aug 25. 2021

제부_제부의 리빙포인트

제부1 (弟夫)  

[명사] 언니가 여동생의 남편을 이르거나 부르는 말.

출처: 네이버어학사전


“서양배하고 화이트와인이 섞인 맛이 나는 젤라또가 최고야. 잔지바르 핑크색 석양 보면서 술맛 나는 젤라또를 먹고 있으면 이게 내가 술에 취한건지 하늘에 취한건지...”


어린 프레디 머큐리가 살던 동네를 기어코! 가봐야겠다며 혼자 탄자니아 잔지바르 여행을 다녀온 제부, B는 원래 나의 대학 동기였다. 대학 시절에도 아는 것 많고 썰 잘 푸는 걸로 유명했던 그는 남자 동기들과 어울려 축구하고 맥주마시기 보다는 여자애들과 커피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타입이었다. 특히 개강하면 방학 때 여행 다녀온 얘기를 흥행 영화처럼 흥미롭게 풀었다. “너 그래서 결혼 하겠냐” 놀리기도 재미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 하나 뿐인 내 동생과 눈이 맞을 줄이야.


어느덧 마흔을 살짝 넘은 B는 여전히 살짝 허세 섞인 예술가 기질을 가진 재미있는 사람이다. 너무 앞서나가지도 뒤처지지도 않으면서 회사생활을 무난하게 잘 해나갔지만 가끔 숨 좀 쉬고 오겠다며 혼자서 훌쩍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곳곳의 맛집 이야기를 전해준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마파두부는, 런던 브리티시 뮤지엄에서 나온 길, 어찌저찌 예쁜 골목들로 두어 번 헤매다 보면 중국 레스토랑에서 나온다. 맵지는 않은데 매운 느낌만 나는 그 아슬아슬한 중용의 미덕이란.


▶도쿄 최고의 맛집은 와세다 대학 옆 다카타노바바 역 근처 인도 레스토랑이다. 팔락파니르를 시키면 특이하게 사이드에 생 고수를 가져다 주는데, 이걸 조금씩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


▶인도 제 6의 도시, 아흐메다바드에서는 카페 ‘럭키’에서 짜이를 한 잔 마시도록. 무덤이 있던 자리에 카페 건물을 지어서, 바닥에 그대로 방치해 둔 관이 인상적인데, 이게 행운을 불러온다고 해서 이름도 ‘럭키.’


리빙포인트: 세상의 숨은 맛집을 알고 싶으면 숨어서 여행다니는 불륜 커플에게 물어보면 좋다.


동생의 가정은 박살이 났고, 우습게도 상대 여자가 죽어버렸다.


양심의 가책에서라기보다는 혼자 비련의 여주인공 놀음을 하고 싶었다는게 여실히 드러나는 유치한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수면제를 다량 복용했다.


죽음 그 자체보다는 여자의 모친이 아파트 문을 따고 들어가 죽은 자식을 발견했다는 부분이 처벌에 가까웠다.


그러게 남편 관리를 잘했어야죠, 라고 누가 말했다던가? 그러게 자식 관리를 잘했어야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