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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르유 Nov 28. 2023

23.11월_대체불가능성을 꿈꾸던 사람은 사라졌다.


irreplaceability

대체불가능성




열정 가득했던 한 때 


오랫동안 유지했던 상태메세지.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쉽게 대체되지 못하는 역할을 맡아서 


'도르유 없이는 안되는 일이야'


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입사 6년차,


대체불가능한 역할을 꿈꾸던 사람은 


사라지고 이제 없다.





24년 업무계획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며


나의 업무 계획을 작성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정말 쓸게 없었다. 



정확하게는 너무 보잘것 없어보여 


쓰고 싶지 않았다.




부서 특성상 


개개인별로 딱 떨어지는 업무가 아니다보니


내가 '정'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연차나 직급을 고려했을 때


부서에서 내가 맡은 업무를 


자료로 표현하려고 하니 정말 사소해보였다.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 내 업무를 적나라하게 들춰본 기분이었다. 




일의 경중은 없다고 생각해서 


주어진 일이라면 뭐든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이지만 


그 업무를 바라보는 주변에서는 


동일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구나 이 자리에 오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나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대체품이 되어버렸다.


대체불가능성을 열망하던 나는 희미해져버렸다.





이전 부서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는,


나에게서 빛이 사라졌다고 한다.



예전엔 밝게 빛났는데 


지금의 내 모습에는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나에게 더 맞는 업무를 찾아 


부서를 옮겨보라는 조언을


꽤나 오래 전부터 들어오고 있다. 


정말 업무의 문제일까.. 




점점 그 지점에서부터 의문이 생긴다. 




지금 업무가 나와 맞지 않아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걸까, 


다시 나와 맞는 업무를 찾는다면 


생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어느 부서를 가도


지금과 비슷할까봐


벌써부터 겁이 난다.




이전 부서 시절만 떠올려봐도 


나는 참 활력이 있었다. 




빛이 났는지까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업무로 채워진 시간들이 괴롭지 않았다. 


골치아픈 일들을 마주해도 


어떻게든 해결해나가며 성취감도 느꼈다.




아낌없이 조언을 주시는 선배님의 질문 하나.



회사에서 탑을 찍고 싶어, 


아니면 적당히 다니고 싶어?




잠깐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바로 '적당히'


라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선배님은 내 생각 이상으로 완벽주의인 분이다.


일, 가정, 인간관계 어느것 하나 놓지 않고


모든 걸 다 잘 해내려고 하는..




그래서 회사에서도 '탑'을 찍고 싶고


그게 안된다면


'탑급에 속하는 그룹'에 속하고 싶다고 하셨다.




함께 일할 때는 나도


선배님 같은 완벽주의가 아닐까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나는 '적당히'에 지배당해버렸다.




 '적당히'가 나쁜건 아니지만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꿈을


더이상 꾸지 못하는, 


보통의 직장인이 되어버린 듯 하다.





사회초년생 시절의 포부와 열망을 


느끼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다시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 




하루하루 어떻게든 시간을 흘려버리고 


퇴근하는 삶이 아닌,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빛이 나는,


에너지 넘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자료 작성을 다 마치지 못하고


도망치듯 퇴근을 해버렸는데


다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일을


순간 회피해버린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운 주말이다.




새벽에 맞이한 이번겨울 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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