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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르유 Oct 28. 2023

23.10월_지극히 현실적 이유, (현기준)비현실 목표

@ 하드코어서울


1.


처음엔 제목에 (현재 기준)을 안 썼다가 그러면 정말 ‘비현실적’인 목표로 끝나버릴 것 같아 추가했다. 현재 기준으로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목표이지만 n년 후엔 ‘현실화‘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2. 


최근 엄청나게 화제가 된 다큐인사이트 <하드코어서울>


SRT는 왜 항상 매진일까, 열차를 더 늘리면 안되나 의문과 불만을 품고 있었는데 수서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해 할 수 있었다. 정말 다양한 이유로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기 위해 SRT를 타고 수서역에 내리는 것이었다.





직장 출근을 위해, 이직을 위한 면접을 보기 위해, 대치동 학원을 다니기 위해..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 내가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이유는 바로 ‘병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가기 위해 서울을 찾는 줄 몰랐다. 서울에 위치한 ‘상급종합병원’을 가기 위해 새벽부터 SRT를 타고 올라오는 사람들. 





일원역 근처 삼성서울병원까지 셔틀버스가 짧은 간격으로 운행되지만 그 버스를 타기 위한 줄은 길게 늘어서있다. 지방병원에서 한계가 있다며 모두 서울 병원을 가라고 한단다. 같은 대학 병원이더라도, 대형종합병원인데도 서울과 지방 간의 차이가 있음을 절감했다.  








3. 


 곧 임장일지로 포스팅하겠지만, 어제 당일치기 서울 출장을 마치고 수서역에 SRT 기차를 타러가기 전 붕 뜨는 시간 동안 <수서역> 주변 임장을 다녀왔다. 어느새 해가 짧아져서 6시도 되기 전에 어둑해지기 시작했고 빠른 걸음으로 40여분간 수서역 근처 4개 단지를 둘러봤다. 






4.


길지 않은 임장이었지만 이번 수서동 임장은 그전까지의 서울 임장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단지들을 바라봤다. [진짜로 이곳에서 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진심’으로 했기 때문이다.



위의 다큐멘터리 영향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그 전부터 해온 생각이지만, 다큐멘터리 덕분에 그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 것도 있다.




5.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수서역> 근처에서 사는 것이 가장 베스트인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반면 가격은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현재 기준)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6.



이직을 하지 않고 현재 직장을 계속 다닌다면,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결혼까지 하게 된다면 온전한 서울 라이프를 live하며 누리기는 어렵다. 그동안은 그 현실을 계속해서 외면했었다. 막연하게 나는 언젠가 서울에서 살거라고, 서울이 아니면 안된다며 ‘서울 live’만을 고집해왔다. 




7.


고집 중에서도 똥고집 수준의 생각을 고수하다보니 진짜로 맞이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애초에 없었다. 무언가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길을 선택해야만 했다.




8.


‘현재 기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서울 live’. 지금도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서울 밖에서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결정만 한다면’ 서울에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생각을 잠시나마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는다고 모든게 끝나버리는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이를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내려놓는 과정 중에 있다.




9.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적으로 현재 서울 live가 힘들다면 그 현실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선택한 길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다음 스텝을 향해 가는 것도 내 몫이다. 어느 누구도 이를 대신해줄 수 없다.




10.


문득 7년 전 대학교 4학년 때가 떠오른다. 

https://brunch.co.kr/@dobiroad/1


당시엔 진로 고민으로 머릿속이 가득차있을 때였고,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이상향과 현실 간의 갈등이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람차게 행복하게 돈을 벌 수는 없는걸까, 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 월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직장이라 좋다며 자기개발은 다른 분야에서 찾아 하면 된다는 지금의 나와는 정말 달랐구나. 



11.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른 갈등을 겪고 있다. 대학생 때에 이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 ver.2를 겪고있는 듯 하다. 



12.


내려놓음, 받아들임을 통해 맞이한 현실 생활이 생각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 사실 그렇게 되는 상황이 가장 두렵다. 지금 직장에 만족하며 안주해버린 것처럼 서울이 아닌 곳에서의 삶에 만족하고 안주하게 될까봐.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목표, 원하는 삶의 모습을 잊어버릴까봐. 



13. 


이젠 워낙 주변에 자극을 주는 분들이 온오프라인으로 많아져서 그럴 일이 일어날 확률은 희박해보이긴 하다.



14.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지양하되 현재의 행복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15.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그럼 왜 <수서>일까?




서울 live를 최종 종착지라고 생각한다면 <수서>가 현실적으로 가장 부합하는 곳이다. 일원동이나 가락동까지 넓혀 생각할 수 있지만 수서역 도보권이면 베스트이기 때문에.




• 출퇴근 


수서역에서 SRT를 타고 지방 본사까지 1시간 내로 도착


- 같은 부서 선배도 결혼 후 수서역 근처로 집을 구하고 매일 SRT로 출퇴근 중이다. 비용이 많이 들고 고단하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


서울 지사로 발령이 난다면? 서울 지사는 서울역 바로 근처에 위치. 수서역에서 GTX 타고 출퇴근 가능


- 지금 당장이 아니기 때문에 n년 후를 가정해서 본다면 이또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


- 현남친(미래 남편)도 서울지사는 서초구 3호선 라인에 위치


- 둘 다 동시에 서울지사 발령을 받아 수서에서 출퇴근한다면 베스크 시나리오




• 부모님


- 현재 현남친(미래 남편) 부모님은 수서역에서 차로 20분 이내 거리에 거주 중이시고


- 내 부모님도 n년 후 수서역에서 차로 15분 이내 거리로 이사하실 예정




• 학군/학원가


- 수서초, 수서중, 세종고 모여있음


- 수서역 주변 학원가는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만 대치동까지 충분히 커버 가능


- 물론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학원 뺑뺑이 돌리고 싶진 않다..




• 병원


- 이젠 고려 대상으로 넣어두어야 할 요소.


- 아직 체감하진 못했지만 점점 필요해지겠지




16.


위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면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서울역 쪽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한강뷰 아파트가 최종 목표가 되었을 것이다. 특히 여의도를 바라보는 한강뷰.. 


하지만 서울 내에서도 현실을 고려했을 때 베스트는 역시나 수서라는 결론이 다다른다.


(서울 live만 하면 한강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으니 그걸로 만족하자)



17.


꿈은 구체적으로 그려야 이뤄진다고 했던가. 


단순 투자용 부동산이 아닌 실거주를 위한 매수가 되어야 하기에 (갭이 9억대.. 갭투자가 더 불가능한 지역) 경제적으로는 아직 비현실적인 목표이지만 꽤나 구체화된 미래의 모습이 그려지는만큼 이제 그 모습을 향해 하루하루 나아가보자.




n년 후 어느날, 수서에서 출근하다가 이 글을 읽으며 미소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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