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의 지옥을 넘어가기 위한 마음가짐
결혼식을 올린 이후 예전의 나로 돌아갔다.
먹고 싶은건 일단 양껏 맛있게 먹고 대신 운동하기.
즉, 먹기 위해 운동하자는 마인드로.
먹는 걸 참는 것도, 그렇다고 살이 찌는 것도 모두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행복하게 먹고, 그만큼 운동해서 적어도 지금 상태를 유지하기. (더 빠진다면 좋겠지만)
운동하는 걸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덕분에 어떻게든 참고 안먹어서 결혼식 전까지 빠진 몸무게는 다시 원상복구 되었다.
하지만 지금이 더 행복하다 ㅎㅎㅎ
지난주 월요일, 역시나 주말동안 실컷 먹은걸 반성하며 퇴근 후 운동 돌입.
평소와 다를바 없이 러닝머신 30분 하고 매트운동을 하고 있다가 동기가 트레이너쌤이 되어서 운동을 배우게 됐다.
생각보다도 진지하고 체계적으로 알려줘서 이두 삼두 어깨 스쿼트 다리기능운동까지 상하체 운동을 조금씩 다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엔 할만 하다가 두세번째 세트를 하니 팔이 후들후들.. 힘이 안들어가기 시작..ㅋㅋ
이제 됐나 싶었는데, 지금부터 운동이 되는거라며 계속 하라고 했다.
최소 4세트는 해야 한다며, 4세트 아니면 0세트(아예 하지 말라는 것)라는 걸 강조했다.
평소의 나같으면 난 여기가 끝이야.. 이정도면 됐어..라며 멈췄을 것이다.
이틀 후 다시 찾은 헬스장에서는 등 운동을 배웠고 마지막 유산소로 자전거 10KM를 함께 탔다.
양 옆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니까 나도 자극을 받게 되더라.
어떻게든 최대한 따라잡으며 10KM를 달렸고 끝나고 자전거에서 내려오는 순간 주저앉았다..ㅎㅎ
혼자 자전거를 탔다면 적당한 속도로, 거리가 아닌 시간 단위를 기준으로 30분 했으니 됐어..라며 마무리했을 것이다.
그동안은 얼마나 강도 높은, 효과있는 운동을 했느냐보다 운동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더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주도 2번 운동했으니 됐어, 땀 흘렸으니 됐어, 1시간반 넘게 했으니 됐어, 라며 스스로 만족하고 뿌듯해했던 것 같다.
물론 적당함의 미학도 있다. 너무 욕심 부려 운동하다가 몸이 다치면 안 하는 것만 못하기에.
그렇지만 쉽게 만족해버리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위험한 생각이다.
돌이켜보면 중고등학생 때 공부만큼은 '이정도면 됐어'라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나름 반에서 상위권이었지만 똑똑함 덕분이라고 하기엔 머리가 그리 좋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노력으로 극복한 케이스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하루종일 아무리 공부를 해도 이정도로는 안돼, 더 해야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며 공부 과정에 만족하지 못했다.
만족이 없다보니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고 힘들었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현재의 삶을 잘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내가 '이정도로는 부족해, 더 해야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부끄럽게도 딱히 떠오르는 무언가가 없다.
어느 순간부터는 쉽게 만족하고 빠르게 안주해버리고 있다.
딱히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현재 상태에 쉽게 만족할 수록 원하는 목표치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어쩌면 도달조차 못하는 이상향이 될 수 있다.
요즘 읽고 있는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에서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로 '일단 시작'하는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중간의 지옥'을 건너기 위한 '지리멸렬하게 끈질긴 시간동안 그냥 계속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동안 내가 시작한 수많은 일들은 어쩌면 '중간의 지옥'을 넘기지 못한 채 소리소문 없이 멈춰버린게 아닐까 싶다.
앞으로 내가 중요하게 임해야 하는 운동, 공부 등의 분야에 대해서는
적어도 '이정도면 됐어'라는 안일한 마음가짐은 갖지 않으려고 한다.
나아고자 하는 방향을 정확히 잡고, 그 과정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충실하게, 적당히를 모르는 사람이 되어서,
중간의 지옥을 무사히 넘어가기 위한 지리멸렬한 시간을 그냥 계속 해나가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