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aucarnea recurvata : 밑동이 예술작품
[식물매거진] BY GREENERY는 매주 목요일마다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식물매거진-식물도슨트 코너에서는 선정된 식물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그중에서도 최애 영화가 있고,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하면 그중에 one pick이 있기 마련이다. 식물로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고 있는 나에게도 식물 중에 one pick이 존재한다. 손님들에게 인기 있는 식물이 아니고, 그냥 내 기준으로 좋아하는 식물이 있다. 식물이 존재하는 곳에 가면 이 친구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버릇까지 만들어준, 그래서 [식물도슨트]에서 첫번째로 소개하고 싶었던 이 아이는 Beaucarnea recurvata(레쿠르바타 베아우카르네아)라는 학명과 수많은 별명을 가진 덕구리난이다.
술병난, 포니테일팜(Ponytail Palm), 덕란(입덕한다해서 덕란은 아니겠지?), 놀리나(Nolina : 일찍이 놀리나 속으로 분류되어서 유통명으로 이용), 도쿠리란, 코끼리발(elephant's foot)과 같은 다양한 이름을 가진 덕구리난은 낯선 듯 하지만, 다양한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식물과 관련해서 가장 핫한 장소인, 서울식물원에서도 덕구리난을 만날 수 있다.
덕구리난의 특징은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술병처럼 통통한 밑동이다. 통통한 밑동이 마치 코끼리 발같다고 하여 elephant's tree라고도 불리는 친구다. 거기에 이런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박완규 님의 긴 머리 같은 상록성 잎을 지니고 있다. 전지현 님의 생머리와는 다른 느낌이다. 사진으로 한번 그 느낌을 같이 느껴보자.
덕구리난의 독특한 밑동에는 건조한 환경 속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물을 저장해둔다. 이 물통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발달된 밑동은 나무마다 다르게 모양이 형성되면서 덕구리난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준다. 이 밑동에 물을 담고 있다는 말은 물을 자주 주지 않다고 되는,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식물이라는 반증이다. 대신에 원산지인 멕시코의 환경과 비슷한 조건을 맞춰줘야 하기에 해를 많이 보여주고, 월동 온도는 Hardness H1C(5-10도)로 보고 키워야한다. 흙은 배수가 잘되는 토양을 이용하자. 이런 환경이 맞아준다면 아주 오래오래 사는 친구인데, 멕시코에는 350살 먹은 덕구리난도 있다고 한다. 이로서 나에게는 '죽은 자의 날'과 '영화coco' 외에도 멕시코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여름에는 밖에서 키워도 되는데, 더운 날씨에는 잎에도 분무를 해주시는 게 좋다. 덕구리난의 잎들은 사람 머리카락처럼 위를 향해 똑바로 자라다가 길어지면 아래로 늘어진다. 잎들은 몇 개의 눈에서 올라오는데, 너무 무성하다 싶으면 이 눈을 3개 정도 남기고, 잎 밑동을 가위나 손으로 꺾어 순지르기를 해주면 된다. 순지르기 후에는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관리해줘야 한다는 점도 기억하자.
덕구리난으로 유통되는 사이즈는 다양하지만, 가장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사이즈는 위과 같다. 가격대는 2.5~3만 원 정도이고, 이 친구들은 평균 1.5-2.5m의 높이와 1-1.5m의 너비로 자라나게 된다. 대신 이 정도가 되려면 20-5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10m까지도 자란다고 하는데 이는 더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빨리 자라는 속성수가 아니기 때문에 인내도 필요하지만, 각자의 확고한 취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잠깐의 유행이 아니고, 내 취향이 반영 되어야만 질리지 않고 긴 세월을 함께 할 테니 말이다. 여름날, 자고 일어나면 새 잎을 피워내는 몬스테라나 셀렘 같은 날랜 녀석들도 있지만, 이 친구는 강산이 변하는 세월이 필요한 그런 식물임을 잊지말자. 아마도 내가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덕구리난을 키우기 시작한다면, 이 친구 밑에 수목장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해만 충분히 있어준다면, 물 주기가 까다롭지 않아 실내 식물로도 인기가 많은 덕구리난이다. 덕구리난 자체에는 심각한 병해충은 없지만, 실내에서 키울 경우, 습기가 많으면 깍지벌레가 생길 수 있으니 참고해주시면 좋겠다.
제주도 여미지 식물원에서도 아주 멋들어진 덕구리난을 만날 수 있다. 내가 작은 사이즈의 덕구리난만 보다가 처음으로 오랜 세월을 이겨낸 친구들을 만난 곳이 바로 여미지 식물원이다. 38도는 우스웠던, 아주 더웠던 2018년 여름날의 식물원 온실 안은 더 더워서 구경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도 나는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커다란 덕구리난을 들여다보느라 앞에서 총총거리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내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던 덕구리난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 뒤로 최애템이 된 덕구리난. 안타깝게도 해가 잘 안 드는 집이라 직접 키우기는 포기했지만 어디에서나 덕구리난을 단번에 알아보고 반가움을 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식물과의 사랑은 영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A curiosity rather than a thing of beauty
-Dr.Hessayon
www.ourhouseplants.com
www.rhs.org.uk
www.missouribotanicalgarden.org
관엽식물 가이드155(와타나베 히토시 감수, 2012)
보리둥둥(보리아내_이보현)
꽃으로, 식물로 마음을 달래는 <바이 그리너리> 대표
35년째 농장을 운영하시는 시부모님과 함께 원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직접 길러낸 식물과 트랜디한 식물들을 종로꽃시장 내, [식물상점] 바이 그리너리에서 판매하고 카페, 무대, 정원 등 다양한 공간을 식물로 구성하는 일을 합니다. [원예치료연구소] 바이 그리너리에서는 복지원예사(舊 원예치료사)로서 초등학생 스쿨팜 교육과 weeclass청소년, 특수학급 , 노인 대상으로 식물을 매개로 한 원예치료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는 [부부에세이]를 쓰는 보리둥둥 작가이자,
매주 목요일,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식물매거진] 바이 그리너리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유튜브 채널 보리둥둥TV를 운영, 식물을 키우고, 관리하고,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