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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기 Feb 20. 2024

프롤로그

스승이자 여행 동반자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잊고 지내던 도심과 야생
그 경계 속으로 향했다

호주에 갔다 온 뒤로는 코로나로 인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이 되었다. 모든 게 멈춰버린 세상에서 나는 군문제를 해결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에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군복무를 마치고 나니 전처럼은 아니었지만 웬만한 곳에서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마침 이화여대에 있을 당시 잠시나마 함께 했던 나보다 어리지만 동료였던 동생인 띵동이(가명) 군복무를 같은 시기에 마쳤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 했는데 마침 내가 제대할 시기에 내 전 지도교수님 이셨던 장이권 교수님께서 오랜 시간 강의를 하시다가 연구년을 보내시게 되었다. 교수님과 나 그리고 띵동이는 함께 열대 지방인 싱가포르로 향했다.


장이권 교수님께서는 과거에 교수님 연구실을 떠날 때 교수님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몇 년 뒤면 연구년인데 그때 남해안이나 아니면 해외 어디든 여행을 같이 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그러나 내 미래를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나는 선뜻 답하지 못하였는데 군복무를 마치고 나서 정말로 교수님과 함께 여행을 가게 되었다. 


교수님은 싱가포르부터 말레이시아 첫 번째 도시까지 2주 간 함께 하였고 나와 띵동이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 함께 하였다. 이후에는 나는 대만과 일본까지 향하는 아주 긴 여행 계획을 세웠다. 교수님께는 먼저 여행을 가고자 한다고 말씀드렸고 교수님께서 말레이시아 첫 번째 도시까지 함께 하셔야 한다고 내가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무엇보다 뱀도 조심해야 하고 여행하는 동안 써야 할 어플들 그리고 여행 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여행용 카드 등 여러 가지 준비물들을 띵동이와 교수님께 말씀드렸지만, 여행 당일 공항에서 확인한 결과 거짓말처럼 교수님과 띵동이는 카드만 챙겨 왔다...


나의 여행 운은 역시나 좋지 않았는지 첫날부터 비가 왔다. 호주에 크게 산불이 났을 때 몇 개월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내가 호주에 간 첫날 뉴스에 나올 정도로 몇 개월 만에 비가 와서 산불이 대부분 사그라들었다. 여행 갈 때마다 비를 몰고 다닌 나는 호주 친구들에게 '럭키 가이'라고 수없이 들었지만 여행하는 입장에서 첫날 비가 오는 것은 좋지 않다.

이상하게도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첫날은 비가 온다.

교수님께서 역시나 연구실에 계실 때보다 밖에 계실 때 모습이 더 밝으셨다. 아마 이번 여행을 갔다 온 뒤 연구실 분위기는 최소 한 달에서 3개월 동안은 밝았을 것이다. 십 년간 뵈오던 교수님께서는 여행을 못 가고 연구실과 강의만 하실 때는 얼굴에 먹구름이 많이 끼셨다. 교수님께서 비행기 타기 전, 우리가 타는 비행기가 바뀌었다고 좋아하셨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교수님께서는 우리가 타는 비행기가 보잉 B747이라고 하시면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보잉 B747은 은퇴가 머지않은 비행기였다. 교수님 세대에서는 굉장히 센세이셔널한 비행기였다고 하셨다. 구조도 다른 비행기에 비해서 독특했다. 엔진이 총 4개이며 2층으로 나눠져 있는 아주 큰 비행기였다. 사실 비행기에 관심이 없었는데 교수님의 비행기 역사 강연에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빗소리도 꽤나 운치 있게 들렸다. 몇 년 뒤면 다시는 타보지 못할 역사적인 비행기에 대해 알고 탈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싱가포르로 향했다.

보잉 B747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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