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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동이 Jan 30. 2022

소중한 삶을 놓친다?

20대의 시간

제목의 글귀를 스치듯 몇 번이고 마주쳤다. 아직은 20대인 나로서, 20대들의 생각에 관심이 쏠린다. 그들에게 중요한 논점이지 않을까. 소중한 삶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 또한 항상 생각해오던 논점이다. 저마다의 인생은 수많은 갈랫길이다만, 사람들 사이에서 어떠한 길은 꽃길, 어떠한 길은 개미굴이라고 표현되려고 하는 것 같다. 전자는 타자를 향한 부러움, 후자는 스스로를 향한 좌절감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 다만, 타자와 스스로로부터 파생되는 꽃길과 개미굴이 집단적으로 논의되어, 집단이 각자의 생각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아내어 각자의 길에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 우려스럽다. 너무 편향적이지 않나?


내 인생이 알찼냐고? 어떻게 알아?

아무래도 수고스럽지만 "소중한 삶을 놓치지 말자"라는 논점의 해석 방향에 대해 열거해봐야겠다. 20대의 시선만을 섞어보자. 글귀의 주장에서 강력히 피력되는 것이 시간이다. 20대의 시선을 섞는다면 시간은 젊음으로 치환될 수 있겠다. 젊음을 알차게 보내자는 주장으로 바꿔 표현해보면, 중시하는 것이 현재인지, 미래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현재를 중시한다면, 지금 이 젊음을 아름답게 즐기자? 

미래를 중시한다면, 지금 최선을 다해 미래를 준비한다?

현재와 미래를 적절히 섞어, 멋있으면서도 미래를 준비한다?


나는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내 삶의 균형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고, 여유와 성과의 균형 사이에서 많이 흔들리며 살고 있다. 나는 미래를 중시한다. 따라서 미래를 위한 준비가 충실한지를 평가하기 위해서 나의 이력서를 들락거리며 타자와 비교한다.


타자와 비교하는 것만이라야 나의 삶을 평가할 수 있다면, 현재를 중시하는 다른 20대들의 비교 행동이 어떠할지 알쏭달쏭하다. 제 스스로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어 브이로그와 사진을 포트폴리오로 삼아 공유하는 게 내 의문의 해답이면, 뭐 그런 거겠지.


제3그룹은 이력서와 멋을 동시에 챙기는 것일까? 둘을 동시에 챙기려는 것이라면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다. 

꽃길과 개미굴

내가 꽃길을 걷는지 개미굴을 걷는지 알려하는 욕심이야 말로 끊임없이 찾아오는 불면증과 우울과 스트레스와 "아 모르겠다"를 탄생시킨다. "난 애매모호한 건 싫어, 알고 말 거야"라고 한다면 방법은 제각기 다르겠다.


이력서를 보다 보면 꽃길과 개미굴의 차이는 분명히 보인다. 단 한 장으로만 끝내야 하는 레쥬메라면 더욱 그렇다. 명확해서 깔끔하지만 냉랭해서 기분이 더럽다. 현재를 중시하는 20대들의 포트폴리오 또한 그렇지 않을까? 


인스타와 유투브에서의 포트폴리오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멋있다'라는 감상은 그 뒤의 좌절감을 동반할 테고, 이것이 이력서의 깔끔함에 비하면 다양성이 넘쳐나기에 평가기준은 제 나름이겠지만, 어플들에 몇몇 있는 필터만이 골라 쓰인다는 말을 들으면 다양하지도 않은 것 같은 감상이다. 내 관점에선 애매모호의 세상으로 빠지기 시작한다. "내가 멋있다고 생각했음 됐지"라는 말도 맞는 말이니까. 편향이 탄생하는 지점이다. 더욱이, 이력서 세상에선 더러워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들어온다. 규모의 경제라고 표현해야 하나? 가령, 높은 인지도를 가진 회사와 대학과 펀딩을 이력에 채워 넣는 사람은 그만큼의 가치로 다시 더 높은 가치의 이력을 추가한다 (레버리징). 현재를 중시하는 포트폴리오에서도 그런 듯하나,  2022년 들어서서 주목받는 한 셀럽의 논란은 가짜 레버리징으로 유발되었다는 점, 더욱이 진품의 가격을 고려하면, 현재 중시자 포트폴리오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엔 꽤 허들이 높은 건가 싶다. 


제3그룹은 둘 중 어느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력서와 인스타 혹은 유튜브를 모두 챙긴다. 피상적으로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접해왔었는데, 기업의 PR처럼 완벽한 그들의 인생이라는 게 무언가 고민하다가는 내 지인이 제3그룹인걸 노력의 양을 통해 목격했다.


자기애, 자기혐오

꽃길이던 개미굴이던, 우울증 치료는 인생의 리듬을 잡는 것부터 시작한다. 논리의 비약이 있을 테지만, 난 20대 대부분이 자기혐오 혹은 과로와 싸운다고 믿는다. 꽃길과 개미굴을 가르는 꼬리표는 적어도 나만이 오롯이 담당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무수하게 쓰이면서도 형태를 도통 잡지 못하는 집단들의 꽃길 개미굴 나누기야 말로 자기혐오를 부추긴다. 내 인생이 꽃길과 개미굴 그 사이 어딘가에서 오묘하게 줄타기를 한다는 점을, 집단 지성은 온갖 비교를 통해서 허용하지 않을 테고, 줄타기의 리듬은 나만이 잡을 수 있다. 편향적인 제삼자의 관점을 듣고 하루 온통 기분이 싱숭생숭한 경험을 줄여나가는 게, 20대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중시형 포트폴리오를 배워보고자 인스타에서 자주 보이던 구도를 배경으로 설정했다.

Photo by Austin Schmi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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